고위험 산모 응급이송 국가가 맡는다…119·닥터헬기 전원체계 구축
중앙119·모자의료센터가 전국 병상 연계…소방·군헬기도 동원
의료진 사법 부담 완화 동시 추진…최대 17억원 배상 지원 확대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고위험 임신부와 신생아의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119구급차와 닥터헬기 등을 활용한 전원·이송체계 개편에 나선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임신부를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우선 이송하고, 수용이 어려운 경우 권역 모자의료센터와 중앙119구급상황센터가 연계해 병상을 찾는 방식이다. 장거리 이송에는 닥터헬기를 우선 활용하고, 소방·군 헬기 등 정부 보유 응급의료헬기도 연계 투입한다.
동시에 의료진 이탈 원인으로 지목돼온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위해 최대 17억원 규모 배상책임 보험 지원 대상도 응급·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까지 넓힌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위험 임신부·신생아 및 응급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국 어디서나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모자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협력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현재 9개 권역에서 운영 중인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을 충청권·전북권·제주권까지 넓혀 연내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협력체계가 구축되면 응급 고위험 분만이 발생했을 때 권역 내 상급기관과 지역 분만병원이 연계해 환자를 우선 수용하게 된다. 정부는 권역 내 우선 수용 체계를 통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가까운 곳에서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 내 수용이 어려운 상황에 대비한 전원·이송 체계도 강화한다. 앞으로 119가 출동하면 임신부가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우선 이송하고 해당 병원에서 진료가 어려운 경우 권역 모자의료센터와 전국 단위 협력체계를 가동해 병원을 선정하게 된다. 지역 내에서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과 중앙119구급상황센터가 협력해 병상을 찾는다.
병원 간 전원 시에도 119구급차가 지원된다. 장거리 이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닥터헬기와 소방헬기, 군헬기 등 정부가 보유한 응급의료헬기를 연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고위험 산모·신생아 응급 항공 이송에는 의사가 탑승하는 닥터헬기를 우선 활용하고, 닥터헬기 요청 창구도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일원화한다.
이와 관련해 이중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닥터헬기는 현재 주간 운항만 가능한 한계가 있다"며 "내년 중 중형 헬기 교체와 자동항법장치 도입, 조종사 훈련 등을 거쳐 야간 운항도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의사가 동승할 수 있는 닥터헬기를 주간 중심으로 우선 활용할 계획"이라며 "소방청도 최근 여러 사례를 계기로 병원 간 전원이나 응급 상황에서 응급헬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군 헬기 역시 투입할 수 있도록 협조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위험 임신부·신생아 전원체계도 대폭 손본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 내 전원전담팀 인력을 기존 5명에서 15명으로 늘려 여러 건의 전원 의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오는 6월에는 '모자의료 정보시스템'도 개통한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전화로 병원을 한 곳씩 확인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시스템을 통해 여러 병원에 동시에 전원 요청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병상 선정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부족한 전문인력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인력 기준 완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역 분만병원 전문의가 권역 모자의료센터 당직을 일부 맡거나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해 야간·휴일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 정책관은 "현재 분만을 하지 않고 외래 중심으로 진료하는 의원급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지역 내 네트워크를 통해 당직이나 파트타임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산과 전문의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동문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지역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인력 참여를 독려하려 한다"며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은 의료기관 단위로 가입되기 때문에 허용된 파트타임 근무 중 발생한 의료사고 역시 보장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모자의료센터에 대해서는 임신 주수와 미숙아 상태, 비수도권 여부 등을 반영해 건강보험 지원도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이 정책관은 "지금까지 발표한 대책들은 최대한 속도를 내 2개월 안에는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서울 2곳인 중증 모자의료센터를 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에 각각 추가 지정해 '5극 중심' 전국 6개소 체계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국 단위 최중증 산모·신생아 최종 치료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응급·고위험 분만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증 모자의료센터에는 신생아중환자실 예비병상 2~3개를 별도로 확보하고 운영도 지원한다. 중등증 이하 고위험 신생아 수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모자전문병원 육성도 추진한다.
중증 모자의료센터는 28주 미만 초미숙아와 다학제 치료가 필요한 최중증 산모·신생아를 담당한다. 권역 모자의료센터는 28~32주 미만 환자를, 지역 모자의료센터는 32~34주 중등증 이하 환자를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세분화한다.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전달체계도 손질한다. 진료 역량과 실적이 우수한 기관은 상위 센터로 승격하고 역할 수행이 미흡한 기관은 하향 조정하거나 지정 취소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단계별 센터 역할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재지정 제도도 도입한다.
다만 이 정책관은 "권역·지역센터마다 인프라와 진료 역량 편차가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역할 수행이 부족하다고 해서 곧바로 지정 취소를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있는 센터들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각 기관이 가진 역량 안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우선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비수도권 권역센터에 시니어 의사를 채용할 경우 인건비를 지원하고, 국립대병원 산과 전임교원 증원도 추진한다. 또 역할 수행 실적에 따라 운영비를 지원하는 '성과 기반 사후보상' 체계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의료진의 사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분만 등 필수의료 전문의를 대상으로 배상책임 보험료를 지원해 최대 17억원까지 배상액을 보장하고 있는데, 다음달부터는 응급실과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범위도 넓어진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신생아 뇌성마비와 산모·신생아 사망 등에 대해 최대 3억원까지 보상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산모 중증장애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 내년 5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필수의료 사고에 대해 기소 제한과 형 감면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법 시행 전에도 수사 절차 개선을 위해 법무부·경찰청과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시범 운영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모델'도 올해 3분기 안에 전국으로 확대한다.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수용 원칙을 정하고, 지역 내 수용이 어려운 경우 광역상황실이 직접 병상 배정을 지원했다.
정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이후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수용 건수가 증가했고, 현장에서도 환자 미수용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지역별 의료자원과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이송지침을 마련해 9월까지 전국 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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