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세계 최고"…로봇수술로 K-의료 새 역사 쓰는 세브란스 [K-메디컬리포트]

갑상선·비뇨기 넘어 영토 확장…'에피센터' 지정돼 글로벌 표준 주도
함원식 소장 "전 세계 의료진에 '세브란스형 가이드라인' 전파할 것"

함원식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이 로봇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05년,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의 문을 열었던 세브란스병원이 또 한 번 세계 의료계의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달 21일,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시행 5만례를 돌파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4만례 도달 이후 불과 28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다.

이번 5만례의 주인공은 우연히 발견된 신장세포암 1기 진단을 받은 65세 남성 김 씨였다. 수술을 집도한 함원식 비뇨의학과 교수(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는 신장 전체를 제거하는 대신, 로봇의 정교함을 극대화한 '부분절제술'을 택했다. 혈류 차단 후 짧은 시간 내에 종양을 도려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었지만, 고해상도 3차원 영상과 정밀한 로봇 팔은 환자의 신장 기능을 완벽히 보존하며 수술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세브란스의 로봇수술은 이제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혁신의 정점에 서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5대의 단일공(싱글포트) 로봇을 바탕으로 전체 수술 중 단일공 비중을 47%까지 끌어올리며 '흉터와 통증 최소화'라는 환자 중심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발표한 로봇수술 관련 논문 수는 세계 1위를 기록, 전 세계 43개국 2300여 명의 의료진이 찾아오는 '글로벌 에피센터(교육기관)'로서의 위상도 굳건히 하고 있다.

단순한 숫자를 넘어 '환자 안전'과 '치료 성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함원식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을 만나 그가 그려 나가는 미래 의료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다음은 함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함원식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이 4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단일기관 로봇수술 5만례. 국내외 의료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5만례 달성은 단순히 수술을 많이 했다는 숫자의 기록을 넘어 네 가지 핵심적인 가치를 지닌다. 우선 5만 건의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통해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글로벌 표준 가이드라인'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둘째로 거의 모든 임상과에서 다빈치 멀티포트·싱글포트부터 국산 로봇 레보아이까지 활용하며 '수술 영역의 무한한 확장성'을 입증했다. 이는 결국 고난도 수술을 원하는 해외 환자들이 한국을 찾게 만드는 'K-의료의 위상 제고'로 이어졌다. 나아가 국산 로봇에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국산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2005년 로봇수술을 처음 도입했을 당시에 비해, 현재의 로봇수술 기술은 얼마나 향상했나.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로봇수술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도달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자면 로봇 팔이 훨씬 슬림해지고 움직임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수술 부위의 느낌을 전달하는 '촉각 피드백' 기능까지 추가됐다. 또한 여러 구멍을 뚫던 방식에서 한 개의 구멍만 내는 싱글포트 로봇이 출시되면서 환자의 회복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겼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수술 영역의 확장이다. 과거 복강 내 수술에 국한됐던 로봇은 이제 내시경, 기관지경, 미세수술, 혈관 중재 시술에 이르기까지 의료 전 분야로 그 한계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로봇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는 어디인가. 세브란스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지난 21년간 세브란스에서 시행된 5만례의 데이터를 보면, 갑상선 절제술(25.6%)과 전립선 절제술(24.2%)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두 수술은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로봇수술이 '교과서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세브란스의 진짜 특징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는 점이다. 위 절제술(9.8%), 신장 절제술(7.3%), 대장 절제술(4.3%), 경구강 절제술(4.0%) 등 다양한 분과에서 로봇을 전천후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두경부암이나 유방암처럼 난도가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에도 로봇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사실 병원 경영 측면에서 장비 가동률이나 효율성을 따지면 손해일 수도 있지만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 또한 구멍 하나로 수술하는 싱글포트 분야에서는 세브란스가 세계 최초의 술기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런 로봇수술의 발전은 무엇보다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일이 아니겠나.

▶그렇다. 로봇수술은 기존 개복·복강경 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적고 출혈이 적다. 신경도 보존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회복도 빠르고 통증도, 합병증도 적다.

의료진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 개복·복강경 수술에 비해 편하고 시야 확보에 장점이 있다. 손떨림이 줄어드니 외과의로서의 수명도 늘어난다. 또 수술이 표준화돼 경험이 적은 의사도 수술하기가 편해진다. 수술 결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

-해외 의료진도 세브란스의 로봇수술을 배우러 온다고.

▶세브란스는 단순히 수술만 많이 하는 곳이 아니라 전 세계 로봇 수술사들을 양성하는 '글로벌 교육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 간 협력 프로그램(International Fellowship Program)'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의료진들이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아 우리 병원에서 로봇 수술 기술을 체계적으로 연수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유방암이나 경구강 로봇 수술 등은 세브란스가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이다 보니 이 기술을 직접 배우기 위해 미주와 유럽 등 의료 선진국 외과 의사들의 이어지고 있다. 교육 과정도 매우 입체적으로 구성돼 있다. 체계적인 인프라 덕분에 세브란스는 세계적인 로봇 수술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사로부터 공식 교육기관인 '에피센터'로 지정돼 글로벌 표준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이 그리는 로봇수술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이제 세브란스는 단순히 수술 건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을 넘어, 환자 케어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질적 도약'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의료 AX(AI 전환) 시장의 선점이다. 최근 연세의료원은 'AI 의료사업단'을 신설해 전사적으로 의료 AI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 안에서 '의료로봇 소위원회'를 통해 로봇에 피지컬 AI(Physical AI)를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현재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싱글포트 수술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세브란스형 로봇수술 가이드라인'을 체계화해 전 세계 의료계에 전파하고자 한다. 이는 세브란스의 술기가 곧 글로벌 표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로봇수술의 국산화와 다양화에 힘쓸 예정이다. 특정 외산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로봇의 성능 개선을 돕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해 환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최첨단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수술 로봇의 저변을 넓히는 데 앞장서겠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