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1인 1 AI' 시대 만들 것"…의료 AX 선도하는 서울대병원 [K-메디컬 리포트]

'공학도 출신' 이형철 부원장, 의료 전용 AI 플랫폼 '스누하이' 구축
병원 업무 패러다임 대전환…국내는 물론 글로벌 의료 시장 정조준

편집자주 ...대한민국 의료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 각급 병원의 독보적인 진료 역량부터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첨단 기술,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가 된 K-뷰티까지. 우리 의료 산업의 저력은 무궁무진하다. [K-메디컬 리포트]는 각 현장의 선도적인 시도와 숨은 자랑거리를 발굴해 대한민국 의료의 오늘과 내일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이형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부원장이 20일 서울대학교병원 융합의학기술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의료진 누구나 자신만의 AI 비서(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단순히 의무기록을 요약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병원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AI가 돕는 거죠. 교수도 간호사도 자신만의 AI 비서를 갖는 것, 이게 스누하이(SNUH.AI)의 비전입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공학도였다. 99학번으로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2002년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머신러닝을 익히며 데이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전환점은 미국 제약회사 인턴 시절이었다. 산더미 같은 의학 논문을 마주하며 데이터 이면의 임상적 가치를 직접 이해하고 싶다는 갈망을 느꼈고, 이는 2004년 서울대 의대 편입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로 이어졌다.

의사가 된 후에도 그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6년 알파고가 불러온 딥러닝 열풍과 2022년 챗GPT의 등장을 거치며,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서 쌓은 임상 경험에 LLM(거대언어모델) 기술을 결합하기 시작했다.

공학적 토대 위 의학적 통찰. AI시대 최전선에서 의료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이형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부원장을 직접 만나 미래 병원의 청사진과 그 핵심 동력이 될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현주소와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부원장과의 일문일답.

-서울대학교병원이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스누하이'가 의료계의 AX(AI 전환)를 선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해달라.

▶스누하이는 서울대병원이 의료 업무 최적화를 위해 자체 개발한 의료 전용 에이전틱 AI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단순한 질의응답형 AI를 넘어서 실제 병원 업무를 수행하는 '지능형 비서'들을 한데 모아놓은 기지라고 보면 된다.

이 플랫폼은 클라우드 버전과 원내 버전으로 나뉜다. 환자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외부망(클라우드)과 원내망을 철저히 분리했다. 외부 클라우드 환경에서 논문 리뷰와 지침 검색은 물론 환자 데이터 없이 자유롭게 AI 에이전트 개발이 가능하다. 개발한 에이전트는 완성된 모델만 원내망으로 내려보내 실제 진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올해 안으로 이러한 맞춤형 에이전트 약 1000개를 탑재하는 게 목표다. 의료진과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를 직접 AI로 구현하는 '1인 1 AI'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누하이(SNUH.AI) 메인 화면. (서울대병원 제공)

-1인 1 AI 에이전트.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나.

▶의사의 경우 퇴원요약서 작성 에이전트를 만들어 환자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본인이 선호하는 형식과 수준에 맞게 자동으로 문서를 작성하도록 할 수 있다. 수술실 간호사나 행정직원을 위한 에이전트도 있을 수 있다. 매일 수십 명의 인력을 수술장이나 내시경실에 배정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AI가 일일 근무 배치표를 자동으로 짜주거나 수술실 공실률을 분석해 효율적인 스케줄을 제안할 수 있다.

-다른 병원들도 AI 개발에 한창이라고 들었다. 차별점이 있나.

▶특정 기능이나 개별 AI 모델이 아니라 플랫폼과 생태계 구축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많은 병원들이 외래기록 자동화나 보이스 EMR(전자의무기록)처럼 하나의 기능을 해결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는 반면, 서울대학교병원은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업무를 사용자들이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반 플랫폼'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기에게 딱 맞는 맞춤형 AI를 만드는 일,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AI 리터러시라고 하는 교육이다. 각 태스크 포스(TF)나 진료과들을 돌면서 교육을 계속 하고 있다.

에이전트들은 사용자들 저마다의 노하우를 자연 언어 형태로 기록하고 있다. 교수님들마다 '퇴원 기록지는 이 정도까지만 써야지' 하는 페르소나가 다 다른데 이런 것들이 플랫폼 내에서 쌓이게 되면 병원의 엄청난 자산이 된다. 다른 병원들에도 적극적으로 워크숍을 돌며 교육하고 있다.

-다른 병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 지금 몇몇 병원들이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왜 빨리 안 해주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음 달부터 한 달에 한 번 이상 병원들을 돌며 워크숍을 할 예정이다. 여러 병원이 함께했을 때 좋은 점은 에이전트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 검색기, 의료 용어 매핑기, 의학 논문 리뷰처럼 병원과 상관없이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에이전트들은 같이 공유해서 쓰자는 생각이다.

-서구권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에서 직접 방문해 플랫폼을 보고 갔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서구권은 주로 병원이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오픈AI나 엔트로픽 같은 대형 AI 회사의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빌려 쓰고, 구글 같은 IT 업체와 협력하는 모델로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해외 업체들과 협력해서 쓰기에는 너무 비싸고 무엇보다 환자의 개인 정보가 국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크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하는 방식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향후 동남아나 중동 등 다른 나라에도 수출하고 팔아보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교수님이 꿈꾸는 AI 병원의 최종 모습은.

▶올해는 수천 년 의료 역사의 관성을 AI로 바꾸는 AX의 골든타임이다. 이제 병원과 의사가 해온 일들은 AI의 도움을 통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환자가 AI와 나눈 질의응답을 진료에 연동하고, 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판단과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의사가 놓치는 것들이 있거나 잘못을 했을 때 AI가 다시 안전성을 체크하는 식으로 병원 자체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 기술의 역사에서 초기 1~2년의 방향이 미래를 결정지었듯, 올해는 병원의 모든 업무를 AI로 변환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해 보는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