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2배 부풀어 숨 못 쉬던 아기…'100일 사투' 끝 부모 품으로

'생후 13일' 신생아에 '폐종괴 제거술' 시행해 성공
오른쪽 폐 정상 수준으로…왼쪽은 3분의 2 이상 회복

지난 3월 이병섭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가 퇴원을 앞둔 한결이를 진료하는 모습. (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선천성 폐기형으로 폐가 2배로 부풀어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해 '최후의 치료'로 불리는 에크모(ECMO, 인공심폐보조장치)까지 달았던 신생아가 수술에 성공해 기적적으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은 출생 직후 심각한 폐기형으로 폐가 2배가량 부풀어 생존 확률이 희박했던 송한결 아기를 에크모 보조 폐종괴 제거술로 치료하는 데 성공해 지난달 퇴원했다고 20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한결이의 어머니인 천 씨(30)는 지난해 10월 임신 22주 차 정밀초음파에서 한결이의 폐에 혹이 보인다는 소견을 듣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시행한 정밀 초음파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폐종괴가 왼쪽 흉곽의 대부분을 차지해 정상적인 모양의 왼쪽 폐는 거의 없었고 오른쪽 폐도 정상 기능의 40% 수준으로 예상됐다.

절망적인 소식에도 '수술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에 소중히 아이를 품던 중 천 씨는 지난 1월 14일 3.58㎏의 한결이를 낳았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한결이의 상황은 더욱 암담했다. 일반적인 신생아 폐 크기보다 2배가량 과도하게 부푼 왼쪽 폐종괴가 심장과 오른쪽 폐를 짓누르고 있을 뿐 아니라 폐에서 공기가 새는 기흉,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산소 포화도가 유지되지 않는 폐고혈압까지 진단받은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진 한결이는 호흡을 보조하는 치료에도 중증 호흡부전이 지속돼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최후의 치료'로 불리는 에크모 치료를 시작했다.

에크모는 심폐기능부전이 심한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낸 후 산소를 공급해 다시 주입하는 치료 방법으로, 성인 중환자의 치료에서는 보편화됐지만 신생아에게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 수술로 도관을 삽입해야 하고 뇌출혈 등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병섭 신생아과 교수의 설득으로 태어난 지 13일째 되는 날 한결이는 폐종괴를 제거하는 수술이 결정됐다.

하지만 수술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4㎏도 되지 않은 신생아의 몸에 거대한 에크모 기계와 인공호흡기가 연결돼 있어 수술장으로 이동하는 데에만 신생아과 의사와 간호사, 인공심폐기사 등 10명이 넘는 의료진이 투입됐다.

한결이가 10명이 넘는 의료진과 함께 수술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병원 제공)

최세훈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에크모에 의존하고 있는 한결이의 왼쪽 폐 상엽에 이어진 폐종괴를 개흉술을 통해 안전하게 제거했다. 한결이는 최종적으로 선천성 기관지 무형성증에 동반된 림프관 정맥 기형을 진단받았다. 10만 명당 1명에서 발생할 정도로 드문 질환인 데다 동반된 림프관과 정맥 기형으로 폐가 딱딱하게 부푼 상태로 변형돼 있었다.

수술 직후 한결이는 점차 상태가 호전됐지만 에크모를 제거하려는 순간 폐고혈압이 다시 악화하는 고비가 찾아왔다. 오랫동안 짓눌린 폐와 심장 기능의 회복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한결이는 빠르게 회복해 수술 후 한 달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퇴원 전 시행한 검사 결과에서도 한결이의 오른쪽 폐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남아있던 왼쪽 폐는 3분의 2 이상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천 씨는 "한결이가 제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의료진 덕분"이라며 "저조차도 포기할 뻔한 한결이를 믿고 살려준 만큼 건강히 잘 키워보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교수는 "여러 진료과 의사와 에크모 전문 간호사들이 하나의 팀으로 신속하게 치료한 덕분에 한결이가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며 "조만간 남은 폐가 더 자라면 한결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퇴원을 앞둔 한결이와 어머니의 모습. (병원 제공)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