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항생제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다
국내 항생제 사용 세계 2위…2030년엔 항생제내성 사망 3만 2400명 육박
인체뿐 아니라 농·축·수산·환경에 영향…원헬스 차원에서 머리 맞대야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70대 환자는 폐렴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증상이 악화했고 인공호흡기 치료가 시작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혈액과 가래 검사에서 확인된 결과는 '항생제 내성'. 의료진이 쓸 수 있는 약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환자는 입원 며칠 만에 패혈성 쇼크로 숨졌다. 의료진이 말하는 항생제 내성의 현장이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세계 2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6배 많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은 2만 2700명(2021년 기준)으로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오는 2030년에는 한 해 3만 2400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손실은 약 27조 원으로 추산된다.
요양병원과 같은 집단시설의 상황은 더 어렵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에서 감염은 빠르게 확산할 수 있고, 한 번 내성균이 퍼지면 통제도 쉽지 않다. 치료는 길어지고 비용은 많이 늘어난다. 고령층은 여러 내성균에 감염됐을 경우 30일 내 사망할 확률이 50%를 넘는다.
문제는 항생제가 여전히 '사람', 그리고 '병원 안의 일'로만 인식된다는 점이다. 현실은 다르다. 항생제는 보건, 농·축·수산 분야 모두에서 사용되고, 특히 물은 항생제와 내성균 전파의 주요 매개체다. 최근 정부가 처음 발간한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사람과 동물, 수산을 합쳐 사용된 항생제는 1645톤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가축에서 사용됐다.
사육 과정에서 사용된 항생제는 식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세계 10대 건강 위협으로 정하고, 인체와 동물, 환경을 아우르는 '원헬스(One Health)'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하는 이유다.
항생제 내성은 천천히 진행된다. 하지만 눈치채기 어렵고 건강 상태를 되돌리기는 더 어렵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 속도는 내성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가벼운 감염에도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국민 인식 수준도 개선돼야 한다.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에도 항생제를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는 한 '슈퍼 세균' 환자는 늘 수밖에 없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기적의 약'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용된다면 그 기적은 머지않아 끝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더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덜 쓸 것인가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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