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힘들게 돌아갔는데"…간호사 '압도적 업무량'에 다시 떠난다
업계 최고 대우에도…상종, 병원급 중 퇴사율 가장 높아
방문간호는 10명 중 8명이 떠나…"지역사회 간호 무너져"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간호사로 활동하다 현장을 떠난 '유휴 간호사'가 다시 의료기관에 돌아와서도 '압도적인 업무량' 등의 이유로 절반 이상이 다시 현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사 면허를 취득(52만 7000명)하고도 쉬고 있는 '유휴 간호사'가 40%(20만 4000명, 2024년)에 육박하고 있어 이들을 돌아오게 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5~2025년 간호인력지원센터에서 취업을 연계한 7511명 중 1102명의 취업유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52.7%가 재취업 후 다시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등 병원급으로 나누어 보면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상급종합병원의 퇴사율이 55.7%로 전체 평균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종합병원(42.6%), 병원(49.9%)보다 높은 퇴사율을 보였다.
이들의 퇴사 사유를 살펴보면 '근무 환경'(29.6%)이 가장 많았고 '보상 수준'(21.8%)이 뒤를 이었다.
간호인력지원센터 관계자는 "중증 환자가 집중되는 특성상 고도의 긴장감과 높은 노동 강도를 견디다 못해 사표를 던진 것"이라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부서 이동이나 근무 형태 조정을 원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아 사직을 택한 사례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성 높은 숙련된 간호 인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여 업무의 절대량을 낮추고 생애주기별 '선택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다.
간호협회는 현재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9~10명, 종합병원은 19~20명, 병원은 30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호주 등 주요 OECD 국가는 환자 수 상한을 4~7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간호법 제정으로 정책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기준 설정은 국회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요양병원, 요양시설, 방문간호 등 지역사회 간호 인력의 유출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방문간호의 경우 퇴사율이 79.6%로 10명 중 8명이 사직서를 던졌다. 요양시설(62%)과 요양병원(59.8%)의 퇴사율도 높았다.
퇴사 사유를 살펴보면 방문간호의 경우 '보상 수준'(21%)과 '출산·육아·가정'(21%)이 퇴사 결정적 사유로 꼽혔다.
센터 관계자는 "비교적 근무 시간이 자유로울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동 시간 대비 낮은 수가와 방문 일정 조율의 어려움 등이 이들을 퇴사로 내몰았다"며 "방문간호의 수가 현실화와 위험 지역 방문에 대한 안전 수당 신설 등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시설의 경우 '직장 내 관계'(23%)가 퇴사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급종합병원(7.3%)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다.
센터 관계자는 "소규모 시설에서는 간호사가 요양보호사, 간호보조인력, 환자와 보호자 등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갈등 조정 지원단이나 심리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조직 내 관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문간호와 요양시설 간호사는 지역사회 돌봄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며 "이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원급 의료기관도 64.6%로 높은 퇴사율을 보였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현재 일반 의원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비율이 16대 84인데 16은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수술이 필요한 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처우 대비 업무가 힘들다 보니 많이들 그만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료법에 따르면 입원환자 5인 이상을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호인력 중 간호사 비율을 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대부분의 의원은 입원 병상이 없어 적용할 기준이 없다.
센터 관계자는 "특히 중소병원·요양병원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임금 역전 현상이 반복돼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며 "경력별 보수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임금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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