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시장에 글로벌 기업은 달리는데…'기술규제' 발목 잡힌 K-톡신"

"과한 규제에 행정절차 부담↑…글로벌 기업은 시장 확대 중"
"살아있는 미생물이 기술?…균주는 이미 해외 통해 상업 유통 중"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11조 원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미용과 치료 영역을 동시에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는 '제2의 반도체'로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정작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이 '시장 확대와 마케팅' 단계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여전히 '기술 보호' 중심 규제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효자' 보툴리눔 톡신…"기술 보호로 발목 잡혀"

24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용 분야 약 5조 원, 치료 분야 약 6조 원으로 총 11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14개국 50여 개 기업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며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국내 역시 대웅제약, 휴젤 등을 포함해 17개 기업이 품목 허가를 획득하고 수출에 나서며 기술 경쟁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K-톡신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핵심 원인으로는 2010년 도입된 국가 핵심기술 규제가 꼽힌다.

산업통상부는 2010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이어 2016년에는 보툴리눔 균주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술이나 균주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수출할 경우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해당 규제가 기술 유출 방지와 생화학무기 악용 가능성 차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보툴리눔 독소가 강력한 독성을 가진 물질인 만큼, 관리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현재 산업 환경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은 방법이나 기술 정보를 의미하는데, 살아있는 미생물인 균주는 법적으로 '물건'에 가까워 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툴리눔 균주는 이미 해외 기관을 통해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고, 국내 기업 역시 해외에서 도입한 사례가 있다"며 "기술 자체도 1950년대부터 논문과 특허로 상당 부분 공개돼 있다"고 설명했다.

"16년 해묵은 고시로 산업경쟁력 저하하는 '규제 역설'"

이들은 특히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절차를 부담으로 지목한다. 건별 승인 절차가 사업 속도를 늦추고,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도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술 보호를 위한 규제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규제의 역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중복 문제도 제기된다. 보툴리눔 톡신은 이미 생화학무기법, 약사법, 감염병예방법 등 다수의 법령을 통해 관리되고 있어, 국가 핵심기술 지정까지 더해진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애브비, 입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적응증 확대와 브랜드 경쟁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생산 기술과 관련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생산 기술보다 시장 개척과 적응증 확대가 중요한 단계"라며 "규제 체계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툴리눔 독소의 특성상 관리가 느슨해질 경우 예기치 못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허가를 받은 17개 기업의 의견을 취합해 국가 핵심기술 지정 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산업부에 전달했다. 산업부는 내달 중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회를 열고 규제 유지 또는 해제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