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고령층 치명률 50% 이상…2030년엔 3만명 사망"(종합)

질병청, 범정부 '제3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발표
적정사용관리 시범사업 301병상 이상 종합병원 170개소 확대

25일 임승관 청장이 충북 청주 질병청사에서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질병청 제공) 2026.2.25/뉴스1

(청주=뉴스1) 조유리 기자 = 치명률이 50%가 넘고, 치료가 어려워 막대한 비용을 야기하는 항생제 내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301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체로 확대한다.

ASP 사업은 감염 전문의와 전담 약사 등으로 팀을 구성해 환자의 항생제 처방을 모니터링하고 중재하는 활동이다.

"항생제 오남용 차단"…범정부 제3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발표

질병관리청은 25일 충북 오송 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제3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질병청이 주관하고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기후에너지환경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 등 관련 7개 부처와 함께 항생제 내성 전문위원회 및 감염병관리위원회를 거쳐 수립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임승관 청장은 "항생제 내성은 단순히 감염병 치료 실패 문제를 넘어 암·당뇨와 같은 만성병, 수술 등 대부분의 의료행위에 영향을 주므로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 모두에 심각한 부담이 되므로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항생제는 주로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항생제 내성은 감염병 치료 실패와 사망 증가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 사람, 농·축·수산, 식품, 환경 등 생태계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전파되며, 국경 없이 빠르게 전파해 피해를 키우기에, 국제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항생제 내성을 세계 10대 건강위협으로 선정했다. 2024년에는 정치선언문을 채택하고, 항생제 내성 문제해결을 위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다부문 협력을 기반으로 국가 대책을 강력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가운데 2번째로 높다. 2023년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8 DID로 OECD 평균(19.5)보다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항생제 내성균인 MRSA의 경우 2023년 내성률이 45.2%로, 전 세계 평균 내성률(27.1%)의 1.7배 수준이다.

국제 보고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내성 사망은 2021년 기준 2만 2700명으로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4위로 집계됐다. 항생제 내성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해 2030년 한 해 3만 2400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손실 또한 2030년까지 약 27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25일 충북 청주 질병청사에서 열린 '제3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브리핑에서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항생제 내성 사망의 심각성을 발표하고 있다.(질병청 제공)
국내 사망 4위…2030년 3만 2400명 사망 추산

이러한 상황에서 항생제 부적정 처방률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임 청장은 "항생제 부적정 처방률은 30%에 이른다"며 "의사 5명 중 한 명은 감기 등 불필요한 상황에서 항생제를 자주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적정 사용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낮은 점 역시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진다. 질병청 조사 결과, 일반 국민 가운데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우리 가족에게 오늘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분들은 고령층이 많은데, 다제내성균 환자의 30일 사망률은 절반을 넘는다"며 "고령 환자에게 적용하는 항생제들은 더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항생제의 선택은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정확히 진행돼야 하고, 또 처방받은 항생제는 정확한 기간 권고되는 약만큼 정확히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까지 항생제 ASP 사업 301병상 이상 종병 전체 확대

정부는 제3차 대책의 비전을 '사람·동물·식물·식품·환경의 항생제 내성 관리를 통해 국민의 지속 가능한 건강을 달성'으로 삼았다. 전략목표는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통한 항생제의 치료 효능 보호'와 '적극적인 감염 예방 및 관리를 통한 항생제 내성 발생 최소화'다. 대책은 4개 핵심 분야, 13개 중점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먼저 항생제 사용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 우선 의료기관 내에서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사업(ASP)'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한다.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인 ASP 사업을 확대해 내년까지 301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체(170개소)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지속한 뒤 법 개정 등을 통해 의료기관 내 ASP 이행을 명시하고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한다.

지역별 선도병원(5개 이상)을 지정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소병원의 ASP 도입을 지원한다. 감염 전문가가 부족한 의료기관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다빈도 질환 대상 항생제 사용 지침을 개발·보급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적정 처방이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비인체 분야인 농·축·수산 분야에서도 항생제 신중 사용을 위한 관리 강화를 추진한다. 모든 항생제가 수의사 및 수산질병관리사의 처방을 통해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을 개선해 항생제 사용량을 산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는 특히 감염병 발생 자체를 줄여 항생제 사용 필요성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가예방접종을 활용해 항생제 사용 감소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자체 주도의 감염관리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지원한다.

농·축·수산물 항생제 신중 사용…수의사 처방제 도입

축산 분야에서 돼지 유행성 설사병 등 소모성 질병에 대한 백신 사용 지침 제공 및 개발지원을 확대해, 질병발생 감소를 통해 농가의 항생제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항생제 내성은 사람, 동물, 식물, 식품, 환경이 상호 연계돼 영향을 주므로, 인체와 비인체 분야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감시·분석해 매년 제공함으로써 활용을 극대화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한다.

잔류물질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 Positive List System)를 양·오리 등 기타 축수산물 동물용의약품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작물 생산에 사용하는 농약(항생제 포함) 판매기록 관리도 처음으로 수행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하수처리장 및 전국 하천 등에서의 내성균 배출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거버넌스 및 인식 개선에도 힘쓴다. 임 청장은 "효과적인 항생제 내성 관리는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모든 관련 부처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범부처가 함께 부문별 교육·홍보 등 적극적인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