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장이 예민한 줄로만 알았는데'…희귀 난치병인 '이 질환'

염증성 장 질환 '궤양성 대장염'…치료 늦을 시 대장암 발병률 10%↑
"항생제, 소염진통제 장기 사용 피해야…나트륨·당 적은 식단 권장"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임 씨(32)는 최근 심한 피로감과 함께 복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단순히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가 겹친 탓이라고 여겼으나, 발열과 식욕감퇴에 더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피가 섞인 설사를 하는 등 증상이 이어지자 병원을 찾았다. 임 씨는 희귀 난치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았다.

원인 불명, 희귀 난치 질환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과 함께 염증성 장 질환(IBD) 중 하나인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의 점막에 염증을 보이는 원인 불명의 만성 질환이다. 환자의 대부분은 직장에서 염증이 나타나며, 직장부터 왼쪽 대장 또는 직장부터 횡행결장과 오른쪽 대장에서도 염증이 존재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환경적, 유전적 요인과 함께 과도한 면역반응, 정신적 요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전문가들은 불규칙하고 자극적인 식습관, 과도한 카페인 섭취 및 스트레스 등도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최근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2008년에 만 명에 미치지 못했던 환자 수는 2021년 기준 6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20~30대에서 주로 발병한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환자가 급증한 데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항생제·소염진통제 등의 빈번한 사용이 장내 세균을 변화시켜 질병 발생을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적 복통, 설사, 피로감 등…치료 늦을 경우 대장암 위험 증가

주요 증상은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혈액과 점액을 함유한 묽은 변이나 설사다. 복통과 탈수, 빈혈, 발열, 식욕감퇴와 체중감소, 피로감 등도 보이며, 직장을 침범한 경우 변비가 오거나 잔변감을 호소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관절염, 간질환, 피부 변화 등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지나, 염증이 지속될 경우 협착, 천공 등 합병증에 더해 대장암까지 발생할 수 있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30년간 궤양성 대장염을 앓을 경우 대장암 발병률은 약 10%로 높아진다.

진단은 여러 가지 검사를 병행한다. 혈액검사와 대장 엑스레이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로 장 내부를 관찰해 진단한다.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가 도입되면서부터는 내시경 없이 대변 분석만으로 간단한 선별 검사도 가능해졌다.

꾸준한 상담과 복약 중요…"항생제 등 장기 사용은 증상 악화"

치료법은 염증의 범위와 중등도에 따라 다르며, 치료의 목표는 증상과 염증을 호전시켜 오랜 기간 동안 증상이 없는 상태(관해)를 유지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고 교수는 "범위가 좁고 염증이 덜 심하면 5-ASA라는 약제를 먹거나 항문에 주입해서 치료하지만, 범위가 넓고 심하면 스테로이드 약제와 면역조절제를 투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증 조절이 어려울 경우 생물학제제라는 주사제를 투여하거나 다른 신약을 복용해야 한다.

또한 환자 10명 중 1~2명은 대장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데, 40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진단받았을 경우, 염증이 넓고 심할 경우, 가족력이 있거나 재발이 잦은 경우 절제를 진행할 확률이 높아진다.

궤양성 대장염의 증상과 치료 반응은 환자 개인별로 다르기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고 상담을 받는 게 중요하며 약제를 철저히 복용해야 한다. 특히 약제를 임의로 중단할 경우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 교수는 "항생제나 소염진통제의 장기적인 사용은 장내 세균 분포를 변화시키거나 세균이 장벽으로 침투하는 투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며 "염증을 악화한다고 알려지는 염분과 당분이 많은 음식과 소·돼지와 같은 육류는 줄이는 것이 좋고, 단백질의 경우 생선 등으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