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헬스미래는 지금] 왜 ‘불가능한 목표’가 혁신을 일으키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11.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이제욱 K-헬스미래추진단 보건안보 프로젝트 매니저 = 국가 R&D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중시하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있는 결과는 관리하기는 쉽지만, 근본적 변화는 만들지는 못한다. 문제는 '될 법한 과제'를 고르는 순간, 이미 혁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 과제가 성공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이다.

국가 연구개발 과제에서 흔히 등장하는 목표는 '효율 10% 향상', '기간 15% 단축' 같은 수치형 개선이다. 이런 목표는 성과평가 체계에 잘 맞고, 위험도 낮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기존 체계 안에서의 개선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빠른 추격자’로 머물 뿐, ‘게임 체인저’는 되지 못한다. 혁신은 개선이 아니라, 문제의 구조를 새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안전한 과제 대신 ‘불가능’에서 시작하는 사고의 전환

진정한 선도자는 무엇을 더 잘할까보다 '왜 이렇게밖에 못 하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이야말로 기존의 제약을 해체하고, 새로운 접근을 강제한다. 사고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첫째, 문제를 다시 정의한다. 불가능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약 자체를 문제로 본다. 둘째,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기존 기술의 연장이 아니라 원리 자체를 다시 설계한다. 마지막으로, 파급력을 설계한다. 개별 기술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를 바꾸는 시나리오를 설계한다.

팬데믹 이후 백신 비축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가 되었다. 안전한 접근은 'mRNA 백신의 유통기한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자'는 식이다. 하지만 이 정도 개선으로는 여전히 폐기·재비축의 반복, 콜드체인 유지비용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STOREx 프로젝트는 질문 자체를 바꿨다. '왜 백신은 반드시 냉장 상태에서만 보관되어야 하는가'라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이, 상온에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백신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낳았다. 이 목표 설정이 연구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고, 새로운 안정화 플랫폼 기술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제가 성공한다면, 백신 생산·유통 체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콜드체인 비용이 사라지고, 폐기율이 감소하며, 재비축 예산이 절감된다. 충분한 비축 물량 확보를 통해 위기 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진정한 ‘백신 주권’의 기반이 마련된다.

도전형 R&D 평가는 성공 확률이 아니라 성공 시 파급력으로 이뤄져야 한다. 10% 개선이 아니라, 10년 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담대한 목표가 필요하다. 혁신은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 질문이 새로운 미래를 연다.

이제욱 K-헬스미래추진단 보건안보 프로젝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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