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180cm, 딸은 167cm"…부모 10명 중 3명, 성장보조제 먹인다

10년 전보다 전자기기 사용, 수면, 식습관 모두 악화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조기 개입과 관리 중요성 보여주는 결과"

23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소아내분비학회 간담회. 2025.10.23/뉴스1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키를 너무 미용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부모 10명 가운데 3명은 자녀의 성장을 위해 키 건강보조식품 및 칼슘, 비타민D 등 영양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효과를 체감한 이들은 드물었다. 성장을 미용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조제 등 사용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23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고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학회가 실시한 대국민 설문 결과를 비교하고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는 지난 6월 23일~7월 28일까지 전국 만 5세~18세 자녀를 둔 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자녀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를 경험한 362명 가운데 46.7%는 병원 또는 성장 클리닉을 방문한 적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해 키 성장 보조제(28%)와 칼슘 (33.9%), 비타민D(32.4%)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만 5~6세 미취학 아동의 경우 칼슘, 비타민D 섭취 비율이 약 40%로, 어린 나이부터 영양제를 복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래보다 작은 키를 보이는 아이의 경우 키 성장 보조제 사용률이 39.6%로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키 성장 보조제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7%가 '보통' (54.8%), '효과 없음'(20.9%)이라고 응답했다.

이영준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은 키를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인과 의료계가 다르다고 설명하며 "일반인은 미용적으로 키를 보는 것 같고 저희는(의료계 및 학회)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성장호르몬 주사를 무분별하게 맞고 건강기능식품을 먹는데, 의학적인 정보가 없이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사용한 적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4.6%로 보조제 섭취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이해상 홍보이사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환자 등 일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필요하다"면서 "치료가 필요하다면 부작용 등 추적관찰을 하는 게 필요하고 치료 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장에 대한 노력은 부모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남성은 평균 180.4cm, 여성은 평균 166.7cm까지 성장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는 현재 한국 성인 평균 신장보다 각각 약 5cm 이상 큰 수치다.

자녀 성장을 위해 시도한 항목(대한소아내분비학회 제공) 2025.10.23/뉴스1

이번 조사는 전자기기 사용, 수면, 운동, 식습관 등 생활 습관 전반도 함께 다뤘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과 수면, 운동, 식습관 모두 10년 전과 비교해 변함이 없거나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주중에 43.5%가, 주말에는 66.5%가 하루 2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조사에서 20.4%가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던 것보다 더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야외활동과 운동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과 맞물려있다.

수면 부족도 여전했다. 자녀가 중고등학생인 경우 주중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0%에 육박했다. 초등학생인 경우 주중 36.3%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미취학 아동에서도 26.3%가 주중 8시간 미만의 수면 시간을 보이고 있었다.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미취학아동의 적정 수면시간은 10~13시간, 학령기 초등학생은 9~11시간, 청소년은 8~10시간이다.

운동 부족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55.3%)이 주 3회 미만 운동하고 있으며, 여고생의 42.4%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체활동이 부족한 원인으로는 '아이가 너무 바빠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63.5%로 가장 많았다.

식습관도 문제로 지목됐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지키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20%였으며 특히 여고생의 40%는 하루 두 끼 이하로 식사했고 25.4%는 아침을 거른다고 응답했다. 이는 자녀의 성장과 관련해 중요한 요소로 식습관(46.2%)을 1순위로 응답한 것과 대조된다.

이해상 홍보이사는 "2016년과 2025년 조사를 비교해보면,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문제가 10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미취학 자녀 시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조기 개입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했다.

황일태 회장은 "성장은 단기간의 주사나 보조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성장호르몬이나 성장 보조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날 바른 생활습관을 통한 건강한 성장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올바른 성장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