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7% 과로로 "건강 악화"…10명 중 2명은 80시간 초과 근무

전공의노조 '제1차 전공의 근로 실태조사 결과' 발표
"격무가 환자 안전 악영향 미쳐…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필요"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공의노조 출범식에 전공의들의 요구안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9.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전공의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전공의 77%가 과로로 인해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이 발표한 '제1차 전공의 근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과반은 주 7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27.8%는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1일부터 26일까지 15일 동안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현재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에 따라 전국 261개 수련병원 중 사업에 참여하는 69개 병원에서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은 기존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연속 근무는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었다.

2007년부터 시행된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에서는 전공의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주당 수련시간 상한 80시간 등을 포함하는 전공의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의료계는 상한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 결과 전공의의 77.2%는 근무로 인한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근로자 중 '업무로 인하거나 악화한 건강 문제'(사고 제외)를 경험한 비율(30.3%)의 2.5배에 달한다.

또한 전공의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법정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병가 사용조차 제한된다고 답했다. 91.8%는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전공의 2명 중 1명은 "격무가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전공의 10명 가운데 9명은 '환자 안전을 위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노조는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및 대체 인력 확보 필요 보고서'를 통해 전공의 과로의 핵심 원인이 과도한 환자 수와 인력 공백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적정 인력 기준과 환자 수 제한, 그리고 대체 인력(입원전문의·진료지원인력 등)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전공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근로시간·휴게시간·휴가 등 기본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병원이 다수 존재하지만 복지부의 관리체계는 대부분 병원 자율 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근무환경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실효성 있는 현장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문서 점검이 아니라, 근로감독관의 불시 점검, 수련병원 실태조사, 신고자 보호제도 등을 포함한 상시적 현장 확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 위반 병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과태료 부과, 수련병원 인증평가 반영, 국고지원 제한 등 실질적인 제재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주 기본적인 노동법조차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전공의법의 일부 특례조항을 제외하고는 일반 노동법이 그대로 적용되는데도 수련병원에서는 노동법 적용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부가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하고 전공의법과 관계 등을 명확히 정리해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노동기준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수련병원에 제시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전공의법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