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 10년 새 2배 늘어…진료비, 1년 만에 1600억원 급증
치료 늦을 시 신부전으로 이행…국내 말기신부전 유병률 세계 3위
말기신부전 생존율 62%로 암보다 낮아…"관리 체계 구축 필요"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만성콩팥병 환자가 최근 10년간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정부 차원의 관리체계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돼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해 투석이나 이식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대한신장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2015년 17만 576명에서 지난해 34만 6518명으로 103.1% 증가했다. 투석 환자도 6만 1218명에서 10만 2033명으로 뛰었다.
국내 말기신부전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2608명으로 대만·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이며 투석·이식 환자는 현재 13만 7000여 명으로 10년 새 2배 증가했다.
2023년 만성콩팥병 진료비는 2조 6671억 원으로 단일 질환 중 3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약 2조 8300억 원으로 1년 만에 1600억 원 이상 늘었다. 대한신장학회는 10년 내 투석 관련 총진료비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로 전체 암 환자의 생존율(70.97%)보다 낮다. 신장이식 평균 대기기간은 7년 7개월이며 현재 대기자만 3만 5707명,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하루 평균 6.8명에 달한다.
서울대학교병원 등 24개 기관이 수행한 '유형별 만성콩팥병 장기추적 코호트(2011~2021)'를 분석한 결과, 1~3기 환자는 투석까지 약 10년, 4기 환자는 4년, 5기 환자는 불과 1년 3개월 만에 투석으로 진행됐다. 질환 단계가 높을수록 투석 이행률이 40%에서 80% 이상으로 급증해 조기 진단과 관리의 필요성이 두드러졌다.
아주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말기신부전 환자의 28.3%가 우울·불안 등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평생 주 3회, 회당 4시간의 투석에 의존해야 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세계보건총회에서 신장질환을 비감염성 질환 중 최초로 결의안에 포함하며, 2050년에는 제5위 사망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암의 경우 암관리법에 따라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만성콩팥병은 법적 근거도, 국가 기본계획도 없는 실정이다.
최보윤 의원은 "만성콩팥병은 국민 7~8명 중 1명이 앓는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10명 중 9명은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며 "이미 사회·경제 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국가적 위협임에도 정부 대응은 턱없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암처럼 국가 기본계획 수립과 법제화를 통해 조기 발견·예방·관리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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