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꾀병 아니에요"…'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의 눈물

특별한 자극 없는데도 바늘로 찌르거나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
"치료 목표는 일상생활 가능한 수준으로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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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특별한 자극이 없음에도 전기가 통하거나 칼에 베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런 증상 때문에 '꾀병'이라는 오해를 받는 질환이 있다. 바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CRPS)'이다.

CRPS는 교감신경계의 이상으로 만성적인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옷이나 이불, 바람처럼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사소한 접촉에도 통증이 발생한다. 염좌나 골절 같은 비교적 가벼운 외상뿐 아니라 뇌졸중, 척수 손상, 심근경색 같은 중증 손상 이후에도 발병할 수 있다.

이미순 순천향대 부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주요 증상으로 △자극이 없어도 통증이 나타나는 '자발통' △옷깃만 스쳐도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이질통' △통증이 과도하게 증폭되는 '감각 과민'을 꼽았다. 환자들은 손가락, 손바닥, 어깨 등에서 불에 덴 듯한 화끈거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날카로운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 전기가 오는 듯한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이 교수는 "피부 온도·색 변화, 발한 이상, 부종 같은 자율신경계 증상과 함께 근력 저하, 관절 운동 제한 등 운동신경계 기능 장애도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손상된 신경의 과흥분,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활성, 장기간 지속되는 염증 반응, 뇌의 비정상적인 통증 기억 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증상과 발병 시기가 환자마다 달라 진단도 쉽지 않다. 특히 말초신경병증, 류머티즘 관절염, 섬유근육통 등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되기 쉽다. 확정적 검사법이 없어 증상과 경과를 종합적으로 살피고 여러 보조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치료는 무엇보다 시기가 중요하다. 발병 후 6개월 이내 시작해야 예후가 좋은데, 늦어질 경우 통증 부위가 확대되며 증상이 악화한다. 이 교수는 "치료가 늦으면 뇌의 통증 회로가 굳고, 관절 강직·골다공증 같은 구조적 변화가 생겨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 외에도 신경차단술, 물리·재활치료, 심리치료 등이 있으며, 난치성 통증에는 척수신경자극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이 없다 보니 정신적 문제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스트레스와 고립을 호소하고,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환자에게 정확한 질환 설명과 공감,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통증 조절을 넘어 재활과 삶의 질까지 고려한 통합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 10명 중 7명은 증상이 호전되지만, 나머지는 장기적인 통증과 기능 저하가 남을 수 있다. 통증이 심해지면 운동 범위가 제한되고 근육 약화, 관절 강직이 뒤따라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이미순 교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고통스러운 만성질환이지만 희망이 없는 병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가족과 사회의 지지, 의료진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꾸준히 치료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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