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임신 중이라면 '이 예방접종' 꼭 맞아야

독감, 코로나19,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반드시 접종해야
약독화 생백신인 홍역·볼거리·풍진 등 백신은 접종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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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임신 중에는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병에 취약하다. 임신 중 수두·풍진·거대세포바이러스(CMV)·헤르페스 등에 감염됐을 경우 태아의 발달 지연을 비롯해 기형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독감에 걸렸을 때는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며, 태아는 조산과 신경발달 이상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산모와 아기 모두를 지키는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바로 예방접종이다. 전문가들은 독감과 코로나19,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을 반드시 접종하라고 권고한다. 한정열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접종은 산모의 중증 질환 위험을 줄이고, 태반을 통해 아기에게 항체를 전달해 생후 초기의 감염 방어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은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접종할 수 있다. 산모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나아가 태아에게 전달된 항체가 생후 6개월 동안 신생아를 보호한다. 코로나19 백신도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접종이 가능하며 산모의 중증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백일해 백신은 임신 27~36주 사이에 접종해야 한다. 특히 27~32주에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시기에 접종할 경우 태반을 통해 항체가 아기에게 전달돼 백일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B형·A형 간염, 폐렴구균, 수막구균 백신은 필요시 접종할 수 있다.

임신 중에 접종하지 말아야 할 백신도 있다. 바로 약독화 생백신이다. MMR(홍역·볼거리·풍진), 수두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이 백신들은 임신 최소 1개월 전이나 출산 직후 접종해야 한다. 수유 중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풍진은 임신 초기에 감염될 경우 선천성풍진증후군(CRS)을 일으킬 수 있으며, 청각 손실, 백내장, 선천성 심장기형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두 역시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피부 반흔, 팔다리 기형, 중추신경계 이상 등이 나타나는 선천성수두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 중인 가임기 여성은 임신을 계획하기 전 풍진과 수두에 대한 면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임신 초기에 풍진이나 수두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임신 중절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거대세포바이러스(CMV)는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청각 손실, 발달지연, 뇌 손상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예방 백신이 없어, 철저한 위생 관리가 유일한 예방법이다. 특히 기저귀 교환이나 소변·타액 접촉 시 손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생식기 헤르페스 감염은 가임기 여성 6명당 1명이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다. 산모가 초감염일 경우 태아 전파율이 최대 50%에 달한다. 신생아가 감염되면 폐렴, 뇌염, 호흡곤란 등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임신 36주부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필요시 제왕절개를 통해 신생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의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하다. 접종 부위 통증, 미열,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사라진다. 한 교수는 "아주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과 비교하면 백신의 이득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임신 전 철저한 예방접종과 감염 관리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며 "가임기 여성은 반드시 면역 상태를 확인해 필요한 예방접종을 사전에 완료하고, 임신부는 의료진과 상담해 맞춤형 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