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극한 폭염에 '우울'…이상기후로 인한 정신건강 피해 파악한다
2026년 2차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 분야 포함
"기후변화 자체가 '재난'…실태조사 및 평가도구 도입 시급"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올여름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며 불안과 우울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가 정신건강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선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질병청은 내년에 실시하는 2차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 분야를 포함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2021년 1차 평가를 실시했으며 다음 해 2차 평가를 진행한다. 평가 결과는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1차 평가에서는 폭염·한파 등 기온, 대기질, 감염병의 3가지 영역을 총 31개 지표로 구성해 질병 유형과 발생 추이 및 특징 등을 파악했다. 당시에는 정신건강과 분야의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상기후로 인한 정신건강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이번 2차 평가에서는 분야를 확대해 진행한다.
안윤진 기후보건·건강위해대비 과장은 "내년에 진행하는 2차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이상기후로 나타나는 정신 건강상 문제에 대한 통계를 포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통계에 쓰일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폭염과 한파로 인한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응급실감시체계와 사망원인통계, 국가응급진료정보망 데이터, 국민건강정보 등을 활용하는 것처럼 의료기관 및 유관부처와 연계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후 우울'이라는 개념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명확한 질병 코드로 분류되는 건강 위해에 대해서만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 우울증(기후 불안)'은 기후변화로 인해 불안과 분노, 무기력 등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2017년 미국심리학회가 제시한 용어로 미국은 우울장애의 일종으로 기후 우울증을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우울이 단순한 정서 반응을 넘어 교육·진로·인간관계 및 출산계획 등 다양한 결정에 영향을 준다며 국내에서도 실태 조사와 대응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과거와 달리 이제 산불이나 태풍, 폭우 등의 규모가 예측의 범위를 넘어서고 피해 정도 역시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1년의 대부분을 굉장히 불안해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성적으로 발행하는 기후변화 자체가 '재난'이 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적 분위기도 '막아야 한다'에서 '적응해야 한다'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심리적으로 적응이 돼야, 행동이 따라 오는 건데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비가 늦어지는 것"이라며 "실태 조사와 함께 기후재난 심리지원 체계 정립과 표준화된 평가 도구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으로 인한 정신건강 피해는 여러 통계를 통해 분명히 확인된다. 2019년 강원 산불 당시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실시한 심리지원 결과, 산불 경험자의 65%가 불면을, 58%가 불안 증상을 보였다. 25%가량은 정신적 고통이 중등도 이상의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13%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은 기후보건중장기계획(2024~2028년)에 따라 온열·한랭 질환 감시체계 외에도 이상기온과 관련해 심뇌혈관질환 및 호흡기감염질환 등에 대한 심층감시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산불, 폭우, 태풍 등 기후재해로 인한 건강영향(손상·사망 포함)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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