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다 접고 尹 만날 것" 결단…'빈손 회담' 우려감
-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이준석 "그렇게 만나봤는데 될 것도 안돼"…민주당 내부도 우려
실질적 성과 필요한 이재명…성공 위해 양측 '레드팀'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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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이 29일로 확정됐다. 양측은 영수회담 의제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지만, 이 대표가 의제 제한 없이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결단하면서 회담이 성사됐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번 만남이 자칫 실질적인 성과 없이 윤 대통령에게 '협치 이미지'만 부각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첫 영수회담은 '차담 형식'…약 1시간~1시간30분 소요 "다양한 의견 오갈 듯"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대통령실은 전날 영수회담을 위한 3차 실무회동을 통해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1시간~1시간30분 정도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2차 실무회동까지 의제 설정을 두고 힘겨루기 하던 양측은 26일 이 대표가 "복잡한 의제들을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기가 아깝다. 다 접어두고 (윤 대통령을) 신속하게 만날 일정을 잡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양측이 본 회담에서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만큼 이 대표도 윤 대통령을 향해 그동안 거론된 의제들을 두루 이야기할 전망이다. 실무 협상 과정에서 테이블에 오른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채상병 특검법 수용 같은 의제들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까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이준석 "그렇게 만나면 될 것도 안돼"…장경태 "사진찍기용 아닌가"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야권에서는 자칫 실질적인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며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26일) 의제 제한 없는 영수회담에 대해 "제가 윤 대통령과 여러번 그런 식으로 만나봤지만 그렇게 만나면 될 것도 안 된다"며 "채상병 특검 문제는 조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당사자 증거인멸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가서 괜히 사진만 찍지 않겠다는 것이고, 저기(대통령실)는 사진만 찍고 싶은 것"이라며 "사진 찍어서 그냥 대대적으로 1면에 보도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토가 가능한 부분을 얘기해야 서로 양보하고 조율할 것이 정해지는데 어떻게 당일 만나서 다 이야기를 하나"라며 '역대 영수회담이 '열심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끝나는데 그것은 (대통령이) 야당 대표 만났다는 좋은 모양새만 남기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질적 성과' 필요한 이재명…'레드팀 활성화' 목소리도
171석의 거야 수장인 이 대표가 총선 민심을 대표하는 첫 자리로 영수회담이 최종 성사되면서 이 대표의 입장에선 '실질적 결과'를 가져가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가 됐다.
이에 성공적인 영수회담을 위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회담 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참모진의 비판에 귀를 귀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05년 9월 영수회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 카드를 내밀었다가, 박 대표가 거절해 2시간 반의 영수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회담 전 참모들에게 '가감 없이 말해달라'고 요청한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실도 쓴소리할 레드팀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원 전 수석은 "이 대표는 당내 강성파의 목소리에만 휘둘리지 말고, 합리적인 내부 비판부터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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