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를 아시나요" 87세 父 절규…전북경찰 "18년전 실종사건 재검토"

경찰, 수사자료 2만장 재검토 착수 “실종 당시 수사팀과 소통”

[편집자주]

18년 전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씨/뉴스1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 씨 실종사건'이 재소환되고 있다. 18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일지로 모르는 외침 때문이다. 어느덧 90세를 앞둔 노인이 된 아버지 이동세 씨(87)는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력이 다할 때까지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절규하고 있다.

앞서 이 씨는 전북대학교 교정과 전국 휴게소·지하철역에서 '이윤희를 아시나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딸 실종사건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스티커에 있는 QR코드에는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이 씨는 "딸이 사라진 지 올해로 18년째가 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는 노인이 됐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딸을 찾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에 스티커를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기도 하다.  



17일 전북경찰 등에 따르면 이윤희 씨는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재학 시절인 지난 2006년 6월 5일, 전주시 덕진동의 한 음식점에서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 오전 2시 30분께 혼자 살던 집으로 귀가한 것을 끝으로 사라졌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이 씨는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59분께부터 1시간가량 데스크톱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했으며 검색창에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는 오전 4시 21분에 꺼졌다. 그게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이후 이윤희 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친구들이 8일 이 씨의 원룸을 찾았다. 하지만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에 친구들은 경찰과 119구조대를 불러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방 안에 들어갔다. 당시 방 안은 어지럽혀진 상태였다. 이 씨가 키우던 애완견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경찰 지구대 직원의 허락을 받고 방을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친구들이 방 안을 청소한 것이 수사에 악영향을 줬다. 경찰이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하게 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연인원 1만 5000여 명을 투입, 전북대 인근 건지산과 하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또 만화방과 찜질방, PC방 등도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경찰에 접수된 제보 10여 건도 대부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이씨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결국 이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지난 2006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 가족이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장기미제 사건이자,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사진은 아버지 이동세 씨(87)와 어머니 송화자 씨(84). 2024.4.16/뉴스1 © News1 강교현 기자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다. 하지만 백발이 된 아버지의 절규에 사건이 다시 소환됐다.

이동세 씨(87)는 지난 16일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전북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저는) 더 이상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는 노인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딸을 찾기 위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전주덕진경찰서와 전북경찰청은 이윤희 실종 사건과 관련된 10대 의혹을 해명하고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요구에 적극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이 씨의 아내 송화자 씨(84)도 함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전북경찰도 움직였다. 당시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박병연 기동1팀장은 "이윤희 씨가 실종됐던 당시 수사 자료들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이윤희 씨 실종사건의 수사 기록은 2만 장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미제 수사팀원들은 수사자료 재검토와 더불어 당시 수사를 한 경찰들을 대상으로 사건에 대한 확인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박병연 팀장은 "수사 보고서에 담길 수 있는 내용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 당시 수사팀과 소통하며 면밀히 재검토 하는 중"이라며 "당시 현장을 지금 찾아간다고 해서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수사 자료를 최대한 꼼꼼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씨는 당시 수사 경찰관 2명에 대한 고소장을 낸 상태다. 지난 2019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밝혀진 당시 수사경찰들의 '실수'에 대한 경위를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실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윤희 씨 컴퓨터에서 2006년 6월 4일 오후 10시 45분부터 8일 오후 3시 4분까지 약 4일간의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사실을 방송했었다. 이씨는 또 방송 당시 재직했던 전북경찰청장과 전주덕진경찰서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94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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