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 사발면이라도 같이…" 2톤 쓰레기 방 거주자 마음 연 경찰


                                    

[편집자주]

저장강박증으로 2톤의 쓰레기 더미 속에 살던 50대 남성이 4년 만에 구출됐다. (SBS)

'저장강박증'으로 쓰레기가 가득 쌓인 집에 사는 50대 남성이 한 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마음을 열고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21일 SBS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주민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 A씨의 집에서 쓰레기 더미를 수거하고 A씨에게 새 임대주택을 주선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A씨는 불안함에 물건을 계속 모으는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었고, 그의 집 안에는 정체 모를 쓰레기가 천장까지 쌓여있는 상태였다.

지난해부터 상황을 인지한 주민센터 측은 A씨 집의 쓰레기를 치워주려 했지만 A씨가 "나는 편하다. 괜찮다"며 번번이 거절해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런 A씨를 회유할 수 있었던 건 홍은파출소 박종호 경위 덕이었다. 지난 3일 공원에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박 경위는 A씨를 집에 데려다주다가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술 취한 A씨를 집에 데려다주며 쓰레기 방을 발견한 박종호 경위. (SBS)

사흘 동안 밥도 못 먹고 술만 마셨다고 하소연하는 A씨에게 박 경위는 "사발면이라도 같이 드시겠냐. 뜨끈뜨끈한 국물에. 저도 아침을 안 먹고 급하게 출근했는데"라는 말을 건넸다.

주민센터 측 도움의 손길을 한사코 거부해왔던 A씨는 박 경위의 말 한마디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쓰레기를 모은 지 4년 만에 쓰레기 더미 방에서 구출됐다.

주민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10여 명이 모여 방에서 꺼낸 쓰레기만 약 2톤이었다. 3평짜리 공간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양의 쓰레기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주민센터는 A씨에게 새 임대주택을 주선하고, 집주인에게는 도배 작업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A씨 집의 쓰레기를 수거해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 (SBS)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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