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로 노조원 모아"…'공평·수평' 내세운 MZ노조의 실험 '주목'

2월21일 협의체 출범…양대노총과 다른길 간다
'공정·상식 통하고 수평적 노조'…정부·기업도 바껴야

[편집자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오른쪽)과 송시영 부의장이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3.2.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블라인드로 노조 만들었어요" "메타버스로 노조 출범했어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노동조합이 등장했다. 운영방식도 다르다. 지도부는 사실상 거의 권한이 없다. 말 그대로 노조원과 지도부는 수평이다.

일각에선 '이상적'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MZ세대 노동자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벌써 6000명의 노동자가 이들의 뜻에 동참했다. 이제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는 21일부턴 '노동협의회'를 출범시켜 좀 더 사회에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이들의 도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MZ세대가 주도하는 노동조합 모임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2년 전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를 통해 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유 의장은 지난 1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회사가 굉장히 실적이 좋았는데, 성과급이 굉장히 낮았다"며 "회사는 성과급의 기준을 공개하지도 않은 채 '너희가 잘한게 아니라 시장이 좋았다', '경쟁사들이 못 벌었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의장은 이런 내용을 블라인드에 올렸고, 많은 직원들은 유씨의 뜻에 공감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기존 노조가 생산직 위주로 구성돼있어 사무직 구성원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LG전자의 전체 직원 4만명 중 사무직 비율은 4분의 3에 달한다.

이에 유 의장은 구성원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이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3.2.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2월21일 협의체 출범…양대노총 다른 제3노조될까?

부의장 송시영씨도 같은 해 콜센터 직원들의 직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갈등하며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당시 메타버스 방식으로 출범식을 열며 언론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송 부의장은 회사의 논란 과정에서 "기존 노조가 했던 말이 거짓말인 것을 알게 됐다"며 "뒤에서 욕만할 바엔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서울교통공사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도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다.

8개 회사의 조합원 약 6000명은 오는 21일부턴 좀 더 힘을 모은다. 이들은 이날 서울역 동자 아트홀에서 '새로고침 협의회'를 출범하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이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3.2.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새로고침' 어떤 노조 꿈꾸나?…'공정'·'상식'·'수평'한 노조

'공정'·상식'·'수평'

인터뷰 내내 유 의장과 송 부의장이 새로고침에 대해 설명하며 여러 차례 언급한 단어다. 이들은 만일 이런 가치를 공감한다면 중소기업, 영세사업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언제든 가입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강조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지적에 송 부위원장은 기존 노조들의 구호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기존 노동조합은 '이석기 석방', '한미연합훈련 반대' 등 관련 없는 정치적 구호를 많이 했다"며 "노동조합의 본질은 노동자 개선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고침은 '수평'적인 구조를 띤 노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집행부 중심의 수직적인 기성노조의 구조와 달리 블라인드 앱에서 탄생한 것처럼 조합원들의 익명성과 발언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유 의장은 아직 구상단계라면서도 "(21일 출범 후) 새로고침 내부적으로 블라인드 앱처럼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회의를 진행하는 권한만 있을 뿐 양대노총의 위원장처럼 큰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로고침은 양대노총이 놓치고 있는 특수고용직,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겠다고 역설했다.

송 부위원장은 "영세사업장에서는 아직도 기본적인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며 "곧 만들어질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나 연락처로 편하게 연락 달라"고 말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오른쪽)과 송시영 부의장이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3.2.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바뀌는 노동자들…정부·기업도 '새로고침'해야

유 의장과 송 부위원장은 새로고침의 비전과 구상에 대해 '이상적이다', '실천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 '첫 출발과 다르게 변질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 질문에도 MZ세대답게 시원하게 대답했다. 유 의장은 91년생, 송 부위원장은 92년생이다.

송 부위원장은 "운명"이라며 "만일 우리가 변질되거나 서로 맞지 않아서 갈등을 빚는다면, 그 조직에 대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단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특히 두 사람은 흔히 우리가 노동 문제를 이야기할 때 '노·사·정'이란 표현을 쓰지 않냐며, 정말 새로운 관계를 원한다면, 정부와 기업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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