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크라 원전 300m 이내 러 미사일 공격 폭발…핵재앙 날 뻔

"점령지 자포리자 외에 장거리 미사일로 원전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 시사한 것"

[편집자주]

19일 언론에 공개된 미콜라이우주(州) 소재 남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 피해 모습. 2022. 9. 19.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19일(현지시간) 남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에서 불과 274m(900피트) 거리도 안 되는 지점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폭발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다행히 원자로 피해는 없었지만, 일촉즉발의 이번 공격은 최근 우크라군 반격으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군이 언제든 우크라이나의 원전을 공격해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협을 상기시킨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남우크라이나 원전은 전 세계 우려가 집중된 자포리자 원전과 257km(160마일)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 원전으로, 개전 초기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자포리자 원전이 4월부터 격전이 벌어지는 동부 전선과 가까운 것과 달리, 남우크라이나 원전은 최전방 격전지와는 거리가 있어 상대적으로 우려가 덜했다.



그런데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가 보다 원거리에 있는 원전에 언제든 치명적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분명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유즈노크라이스크 마을에 위치한 남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 2015. 11. 25.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우크라이나 원자력 공사 에네르고아톰 측이 공개한 보안카메라 영상에는 남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 상공의 어두운 밤하늘에 거대한 불덩이가 치솟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엄청난 충격으로 발전소 건물 창문 최소 100개 이상이 날아갔다.

이번 폭발로 복합 발전 단지 인근 수력 발전소 주변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 수력발전기 하나는 가동이 중단되고 주변 지역 일부에선 정전이 났을 정도라고 에네르고아톰은 전했다.

NYT는 폭발 원인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지만, 이번 공습 패턴은 민간인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야 마는 러시아군의 전형적인 패턴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스템에 끊임없이 포격을 가하고, 체르노빌 인근에 임시 기지를 설치하는가 하면, 자포리자 원전을 몇 달간 점거하면서 자칫 의도적으로든 혹은 우발적으로든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협을 꾸준히 시사해왔다.

일단 남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에 있는 3기의 원자로는 정상 작동 중이며, 발전소의 손상 정도와 날아온 미사일 유형 등은 조사 중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가 성명을 통해 밝힌 초기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이번에 사용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수백 km에 달하는 이스칸데르 순항미사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에네르고아톰 책임자인 페트로 코틴은 이날 국영TV에 출연, "핵 테러 외에 이번 공격을 특징지을 다른 길이 없다"며 "원자로 외부는 비행기 충돌도 견딜 수 있는 중무장한 콘크리트 격납고로 지어졌지만, 이번 미사일은 더 가까이에 맞았다면 격납고가 손상됐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고 말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성명에서 "(미사일이) 몇 백 미터만 더 갔다면 완전히 다른 현실에서 깨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가장 위험한 공격은 격납고에 잘 보호된 원자로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원자로를 안전하게 작동시키는 데 관여하는 냉각 시스템 등 핵심 시설을 손상시키는 것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냉각 시스템 고장은 노심용융(멜트다운)을 촉발, 막대한 방사선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원전 보유 현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기 전까지 국가 소비 전력의 절반 이상을 원자력에 의지해왔다. 유럽 국가 중에선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력 의존도가 높다.

즉, 최대 원전이 러시아군에 장악되고 다른 원전들도 차례로 위협받는 현 상황은 원전 폭발 재앙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겨울철 전력 공급 중단이라는 또 다른 두려움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안길 수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남우크라이나와 자포리자, 서부 흐멜니츠키와 리우네 등 4곳 원자력 발전소에 총 15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1970~1980년대 소련 시절 건설된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폭발 사고 이후 발전소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핵 폐기물 보호 작업이 지속돼왔다. 이 작업은 심지어 러시아군이 개전 초기 몇 주간 체르노빌을 점령했을 때도 이어졌다.

한편 러시아 측은 이번 남우크라이나 원전 공격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sabi@news1.kr

많이 본 뉴스

  1. 5명 더 죽이고 성폭행…시신 5구 차 싣고 다닌 수원 두 악마
  2. 최준희, 故 엄마 최진실·아빠 조성민 모습 공개…둘다 닮았네
  3. 나훈아, 은퇴 밝혔다…"여러분 서운해 하니까 그만두는 것"
  4. 아이와 놀이터사진 올리자…"임대 살면서 아파트 사는척"
  5. "25년 죽마고우, 우리 집에 재웠다가 10대 딸 성추행 당했다"
  6. 죽은 내연남 냉동 배아로 아들 낳은 여성…"유산 달라" 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