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 '프랑스어 사용 강제' 법안 통과…영어권 주민 반발

기업 채용 장벽 높이고, 학교서도 영어권 학생 인원 제한
"프랑스어 사용 활성화"vs"영어-프랑스어 구분 반인권적"

[편집자주]

프랑수아 르고 캐나다 퀘벡주 총리가 2019년 12월2일(현지시간) 캐나다 지방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2022.01.12/news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캐나다 퀘벡주(州)가 퀘벡의 공용어인 프랑스어의 사용을 사실상 강제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당이 프랑스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기업 채용 시 언어 장벽을 높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이중언어(영어·프랑스어)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담은 법안이라 영어권 주민들을 비롯한 이주민의 큰 반발과 혼란이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캐나다 CBC 뉴스 등에 따르면 퀘벡 의회는 찬성 78 대 반대 29로 '96호 법안'을 통과시켰다.

퀘벡 집권당인 퀘벡미래연합(CAQ)이 발의한 96호 법안은 공공장소와 직장 등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법안은 프랑스어가 아닌 언어가 포함된 상업용 간판을 프랑스어로 바꾸도록 하고, 공립 고등교육기관인 씨젭(CEGEP)에서 영어로 공부하는 학생의 비율은 전년도보다 높을 수 없으며 퀘벡 전체 학생 인구의 17.5%로 제한한다.

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50% 미만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영어의 이중 언어 지위를 없애고 프랑스어를 단일 언어로 정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직원이 50명 이상인 기업에만 프랑스어를 직장의 공용어로 사용하도록 했으나, 법안 96호가 발효될 경우 직원 25명 미만인 기업에서도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 같은 프랑스어 사용과 관련해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 자금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

CAQ를 비롯해 이 법안을 옹호하는 이들은 퀘벡 내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활성화하고, 프랑스어권 커뮤니티를 보호하는 조처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에 절반 이상인 57%가 영어를 사용하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21%에 그친다.

반면 이 법안의 통과로 이주민이나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이 더 많은 차별에 노출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안 96호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인 줄리어스 그레이 변호사는 "퀘벡 전체에 슬픈 날"이라며 "프랑스어 사용 활성화라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보다 인간적이고 평등한 방법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어를 구사하는 퀘벡인 커뮤니티(QCGN)'의 이사 실비아 마틴 라포지는 법안이 영향을 미칠 의료, 사법 제도보다도 법을 통해 '영어 사용자'와 '프랑스어 사용자'와 구분 짓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다만 그가 연방 정부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퀘벡 주민의 대부분은 1600년~1700년대 사이에 프랑스에서 퀘벡으로 이주한 정착민들의 후손이다.

이 지역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여러 차례 쟁탈전을 벌인 끝에 1763년 파리조약에 의해 정식으로 영국령이 됐다. 이후 프랑스어 사용과 관습은 인정받았으나, 영국계와의 대립을 이어왔다.

20세기 들어서도 퀘벡주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됐지만, 잇따라 무산되기도 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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