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울림을 준 2021 스포츠계 말말말
-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김연경 독려부터 스승 유상철 그린 제자 설영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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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많이도 웃고 울었다. 특히 뜨거운 승부의 세계 속에서 선수들이 진심을 담아 내뱉은 말들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명대사보다도 큰 울림을 줬다.
2021년을 떠나보내며 올해 스포츠 영웅들이 전했던 특별했던 이야기들을 곱씹어본다.
"해 보자, 해 보자, 후회하지 말고"
-여자배구 김연경
'배구 여제' 김연경(상하이)은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4세트 중반 작전타임 때 "해 보자, 해 보자,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무기력했던 흐름을 바꿔보려는 그의 진심과 투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말이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한 해설위원은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고, 경기 후 박정아(도로공사)는 "그 한 마디가 당시 우리 팀을 깨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국은 고전이 예상됐던 이날 경기서 세트 스코어 3-2로 극적인 승리를 챙겼고, 이는 4강 신화의 디딤돌이 됐다. 김연경의 이 말은 이후 올해 내내 각종 예능과 SNS 등에서 패러디 되며 화제가 됐다.
"끝"
-양궁 오진혁
'베테랑 궁사' 오진혁(현대제철)은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화살을 담당했다. 오진혁은 활시위를 놓은 뒤 화살이 과녁에 박히기도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끝"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실제로 화살이 10점에 꽂히면서 말대로 경기는 6-0 완승으로 '끝'났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음절이었다. 그 한 마디면 됐다.
"홈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건 국가대표 축구 선수의 특혜"
-축구 손흥민
손흥민(토트넘)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앞두고 홈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감사를 표했다. 이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열린 100% 유관중 A매치였다. 손흥민은 "모처럼 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설렌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로서 홈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건 큰 영광"이라는 말로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진심은 통했다. 팬들은 추운 날씨에도 3만152명이 모여 손흥민의 '특혜' 발언에 화답했고, 선수들도 화끈한 경기력으로 완승을 거두며 유관중 경기를 자축했다.
"올해 내 골프 인생은 한 마디로 대반전"
-여자골프 고진영
고진영(솔레어)는 자신의 2021년을 '대반전'이라 정리했다. 딱 부합하는 키워드였다.
고진영은 이번 시즌 롤러코스터를 탔다. 시즌 초반 계속된 부진으로 '골프 사춘기'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하지만 막바지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5승으로 다승왕에 등극했고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등 타이틀을 휩쓸었다. 한때 추락의 길을 걸었던 그지만 마지막엔 결국 웃었다.
내심 마음고생이 심했을 그는 "올해는 정말 반전이 있던 한 해였다"면서 "내년에는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따라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더 좋은 활약을 약속했다.
"웅태야, 그래도 너의 등 뒤라서 좋았어"
-근대 5종 정진화
지난 여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전웅태(광주광역시청)는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근대5종 메달리스트(동메달)라는 새 역사를 썼다. 그리고 정진화(LH)는, 전웅태의 뒤를 이어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개인 3번째 올림픽이었던 정진화로선 꿈에 그렸던 메달을 단 1명 차이로 놓치게 된 셈인데,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입상을 막은 것은 후배였다.
정진화는 아쉬움 대신 "그래도 다른 선수의 등이 아니라 내 동료이자 동생인 (전)웅태의 등을 보면서 들어와서 좋았다"고 밝혀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줬다.
"여기 계셨다면 참 잘 컸다고 말해주셨을텐데…"
-축구 설영우
프로축구 K리그의 202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설영우(울산 현대)는 상을 받아든 뒤 "하늘에 계신 유상철 감독님이 여기 계셨다면 참 잘 컸다고 말해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02 월드컵의 영웅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 중 한 명인 유상철 감독은 지난 6월 우리의 곁을 떠나 별이 됐다. 울산대 재학 시절 고 유상철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설영우에겐 영광스러운 날을 함께하지 못한 은사를 향한 그리움과 감사함이 수상의 기쁨보다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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