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돌려달라" 이만희 회견서 소리치던 어머니, 지금 어디?

이 총회장 기자회견 후 308일, 자녀 가출한 지 2174일째
"종교라면 부모 자식 간 사랑 있어야…이만희 법적 처벌"

[편집자주]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에서 지난해 3월2일 신천지 자녀를 둔 한 시민이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난해 3월 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가평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날, 이모씨(53·여)는 "자식을 돌려달라"고 목놓아 외쳤다.

그는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평화의 궁전' 입장이 불허되자 입구 맞은편 축대에 올라가 확성기에 대고 자식을 보고 싶다고 소리쳤다. 당시 이 총회장의 발언 중간 중간에 이씨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기자회견 영상에는 "아줌마 외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네", "자식 잃고 얼마나 악에 받쳤으면 저렇게 소리를 지를까"라는 댓글이 달렸다.

수원지법 앞 신천지 반대 집회의 모습/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이씨는 여전히 자식을 찾지 못했다. 그는 평일 아침마다 다른 부모들과 함께 오는 13일 이 총회장 선고가 이뤄질 수원지방법원 앞에 나온다. 이들 부모의 자녀들은 신천지를 믿겠다며 집을 떠나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7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3일 이씨는 "집에 있으면 아이 생각이 너무 많이 나고 마음이 아파 시위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만희가 잘못을 뉘우치고 양심선언을 해 가출한 자녀들을 집으로 모두 돌려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부로 이 총회장 기자회견 이후 308일, 이씨의 딸이 처음 집을 나간 지 2174일째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씨는 아직도 딸을 그리워하며 수원지법 앞으로 향한다.

이씨는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시위에 나오고 있다"며 "다시 딸을 만나면, 아이가 신천지를 믿든 안 믿든 같이 여행을 하면서 그간 나누지 못했던 정을 나누고 싶다"고 흐느꼈다.

이씨는 2014년에 처음 딸이 신천지에서 교육을 듣는다는 걸 알았다. 딸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천지 교인을 통해 처음 신천지를 접하고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씨는 딸이 신천지를 믿지 않도록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느 날 경찰이 들이닥쳐 이씨의 딸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신천지 교인들에게 데려갔다. 신천지가 이씨의 딸로부터 신변보호요청서를 받아 놓고 이씨의 딸이 개종될 위기에 있다고 판단하자 경찰에 신고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 출입문에 '별도 통보시까지'로 적힌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다./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신천지는 부모가 자식이 신천지를 믿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다른 종교를 권유하면, 많은 경우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가출을 하도록 유도한다. 신천지는 종교의 자유를 외치지만, 교인이 다른 종교를 접하지 못하게 한다고 알려졌다.

이씨는 당시 경찰과 동행해 떠나던 딸을 회상하며 "모든 게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며 "떠나는 딸 아이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봤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원래 하던 일도 포기하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신천지 교인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수원지법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신천지가 거짓말로 포교하는 '모략전도' 등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자녀를 되찾지 못한 부모들은 속앓이하고 있다.

일부 자녀들은 가정으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상당수가 여전히 신천지를 믿는 상태로 마음의 문을 닫아 부모와 자식간에 냉랭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신천지가 이 총회장 선고를 앞두고 부모들이 시위나 고소를 하지 않도록 일부 아이들을 돌려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부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자식들이 또 집을 나갈까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

이만희 총회장./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 총회장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오는 1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위법행위로 인해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어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반사회적인 활동도 서슴지 않고 공권력을 무시하고 방역을 방해해 죄질이 중하다"고 징역 5년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신천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재판부에 이 총회장이 수많은 가정을 파탄 내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신천지를 믿는 딸이 약 3년간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최모씨(55) 역시 재판부에 이 총회장을 처벌해줄 것을 촉구했다.

최씨도 앞서 이 총회장 기자회견 당시 평화의 궁전에 방문해 딸을 찾고 싶다며 통곡하기도 했다. 최씨는 딸이 신천지를 믿겠다며 집을 나간 이후 포항에서 서울로 매일 같이 딸을 되찾기 위해 시위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무고나 폭행을 당해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많았다.

최씨는 "신천지가 정말 종교라면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부모 자식 간 사랑을 끊도록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이만희가 꼭 법적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렇게 간절하게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딸 때문이다. 그는 "딸한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수원지법 맞은편에 걸린 신천지측 현수막./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이에 대해 신천지 관계자는 "신천지가 교인들의 가출을 유도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부모들이 워낙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녀들을 개종시키려고 하다 보니 자녀가 뜻이 달라 독립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하는 부모님들의 요구가 자녀들이 신천지 신앙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건데, 모든 성인이 종교의 자유가 있다보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신천지 성도님의 가족 문제이기도 하다보니 교단 차원에서도 극단적인 가족 갈등을 어떻게 줄여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천지 측은 시위하는 부모들과 해결책을 찾고 싶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부모들이 더이상 강압적인 개종 방식을 써서는 안된다"며 "성도들에게는 큰 상처"라고 꼬집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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