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크림의 남자' 이진욱 2조 잭팟…"난 남들 안하는 것 한다"
-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에스티로더에 매각 '해브앤비' 대표, 우연히 화장품 사업
'약품 같은 화장품' 역발상으로 닥터자르트 성공 신화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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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약품일까 화장품일까?"
닥터자르트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출시한 '세라마이딘 크림'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제품 겉면 디자인이 마치 의약품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약품'처럼 보이게 한 것은 닥터자르트를 운영하는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의 노림수였다. '약품처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화장품'이라는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주려는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였다. 당시 약품 같은 화장품은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진욱 대표의 이 같은 역발상은 이른바 '대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컴퍼니즈'(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를 인수하는 계약을 해브앤비와 체결했다. 이 대표가 소유한 해브앤비 지분 3분의 2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에스티로더는 앞서 2015년에도 해브앤비 지분 3분의1을 인수했다. 해브앤비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해브앤비 기업가치는 약 17억 달러(약 2조원)로 추정된다. 정확한 매각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조원 이상일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닥터자르트가 미국·아시아에서 젊은 세대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에스티로더는 전격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은 이 대표의 '역발상'이 만든 쾌거였다. 경쟁 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할 때 그는 세계 최대 뷰티 시장 미국을 정조준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그의 기업가정신이 그때도 발휘된 것이다.
닥터자르트는 지난 2011년엔 미국 최대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했다. 세포라는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이 운영하는 매장이다. 닥터자르트는 세포라에서 매년 2배 이상 매출이 증가해 판매 품목도 2개에서 현재 약 100개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이 대표는 결국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31개국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척 정신'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그 시대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브랜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 제품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40대 초반인 이 대표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20대 후반까지 화장품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다. 원광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건축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피부 트러블로 피부과를 갔다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게 된다. 젊은 여성들이 'BB크림'에 열광하고 있던 것. 그 모습에 '꽂힌'이 대표는 바로 행동에 옮겼다. 다음 해인 2004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해브앤비를 차리고 같은 해 BB크림을 출시했다. 국내 업체가 BB크림을 출시한 것은 해브앤비가 처음이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창업 정신이 결국 국내 화장품 업계 역사에 남을 신화를 썼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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