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주집 철창 안 누렁이는 내 손을 끊임없이 핥았다
- (서울=뉴스1)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뚱아저씨의 동행] 전통시장 '개고기 골목' 강아지들의 슬픈 운명
[편집자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엔 '개고기 골목'이 있습니다. 과거 이 골목엔 20여 개의 개 도축·판매 업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여섯 곳만 남아 있지요.
뚱아저씨는 동물유관단체협의회 간사로서 지난달부터 이 골목을 찾고 있습니다. '개고기 골목'의 실태를 파악하고, 전통시장 내 개 도축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 도축 업소 앞의 철창에 갇힌 개들을 늘 보게 되더군요. 오늘은 살아 있지만, 내일은 죽어 있을 개들을 말이지요. 그 개들을 볼 때면 참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낍니다.
뚱아저씨는 지난 4년간 유기견 500여 마리를 구조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그 유기견들은 회원들과 힘을 합쳐 어떻게든 구해냈습니다. 하지만 개도축장 앞 철창에 갇힌 개들은 살릴 수 없었습니다. 개 도축·판매 업자가 절대 개들을 내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를 사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이곳의 개들은 살아서는 못 나간다"고 말합니다. 설령 돈을 주고 개를 데리고 온다고 해도 무의미합니다. 그 돈을 받은 업주는 또 다른 개를 데리고 올 것이니까요. 이런 현실을 알기에 매일 철창 안의 개들을 보는 일은 무척이나 괴롭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말,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돼 보이는 어린 진돗개 믹스견을 만났습니다. 제가 누렁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지요.
보통 철창에 갇히게 되면 이틀 안에 도축이 됩니다. 분명 어제까지 보이던 개가 다음 날 사라지곤 합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지요.
그런데 누렁이는 이상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누렁이는 며칠이 지나도 철창 안을 지켰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이 지나도 누렁이는 철창 안에서 절 반기더군요.
누렁이는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다른 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그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은 모르겠지만 개 도축장의 개들은 생각보다 훨씬 순하고 사람을 잘 따릅니다. 누렁이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전 누렁이를 볼 때마다 쪼그리고 앉아서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면 누렁이는 제 손등을 핥아주었습니다. 자기를 살리려고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유난히 지극정성으로 제 손등을 핥고 또 핥았습니다. 그 사이 누렁이에게 정이 많이 들었지요.
그 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철창 안에서 꼬리를 흔들며 절 반기던 누렁이는 없었습니다. 제 손등을 유독 많이 핥아 준 다음 날이었습니다. 철창 옆엔 도축된 개고기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제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누렁아, 누렁아. 나를 그렇게도 좋아해주더니 결국 이렇게 처참하게 갔구나. 너를 구해내지 못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혹자는 먹는 개와 키우는 개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른 개가 아닙니다. 개소주집 앞 철창에 갇혀 있던 개들은 지금 제가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백구 흰돌이, 흰순이, 순돌이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모습까지 똑 닮았습니다. 철창을 벗어나 목줄을 하고 산책을 하면 다른 반려견들과 다를 게 없는 똑같은 개들입니다.
'개고기 골목'의 개소주집들은 탕제원으로 간이 사업자등록증을 낸 곳들입니다. 탕제원으로 위장하고 개를 도축해 판매하는 것이지요. 개 도축업장 한 곳에서 죽임을 당하는 개는 1년에 3000마리에 달합니다.
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고기를 먹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 누렁이도 여느 집에서 예쁨을 받는 반려견과 다를 게 없는 개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뚱아저씨의 동행'은 2주 후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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