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원숭이''개' 원색비난해도 비핵화 물밑 대화는 지속

대화 주도권 쥐려는 입장 차 여전…한동안 신경전 펼칠 듯

[편집자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News1

북한과 미국이 최근 설전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국 특사들이 그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물밑작업을 계속해 왔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미국 측 북한 핵협상 관계자들도 지난 수 년 간 약속했던 사안들을 파기해 온 북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고 있지만 협상은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북미 대화 재개의 장애물이 자신들이라는 표현에 격하게 반응하며 오히려 미국이야 말로 자신들의 초청을 거절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은 지난해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해 11월 방북해 억류 중이던 케네스 배와 매튜 밀러를 데려오면서 물꼬가 트이는 듯 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 비서의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 이후 다시 급랭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올해 초 새로운 대북 제재 내용을 포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흘러들어간다면 변화가 일어나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더 인터뷰의 개봉을 지지 의사를 표명한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라고 부르는 한편 지난 31일에는 "미친개들과 마주 앉을 수 없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 속에서도 양국의 전·현직 관료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야망을 종식시킬 6자회담의 재개를 물밑에서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속내는 지난 수개월 동안의 비공식적인 움직임 속에 녹아 있었다.

지난달 9일 북한은 북미 간 비공식 대화 채널인 '뉴욕채널'을 통해 핵실험 중단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교환하는 거래를 제안했다.

비록 미국이 다음날 핵실험을 하겠다는 "암묵적인 위협"이라며 제안을 거절했지만 북한이 이 같은 제안을 했다는 점 자체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스티븐 보스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DNI 국장은 지난달 19일 싱가포르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났다.

지난해 5월 몽골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진 양측 고위 인사의 접촉은 소니 해킹과 대북 추가 제재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예정대로 성사됐다.

보스워스 전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 이행을 당부하는 한편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리 부상은 이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임시로 중단한다면 핵실험 중단으로 화답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이들의 회동이 현재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계획됐으며 결국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측에 회담을 제안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다른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실험 중단, 핵시설 가동 중지 등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만일 북한이 북핵 협상 재개에 관심이 있다면 이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며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앞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에게 제3국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의 시작점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한 탓에 대화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북한은 제3국이 아닌 평양에서의 대화를 역 제안했고 김 대표는 미국 대표의 북한 방문이라는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30일 베이징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만남, 실질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그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북한 정권이 핵문제와 관련해 믿을 수 있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면 문제 해결에 기꺼이 나설 것"이라며 대화 불발의 책임이 북한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사안에 정통한 미국 측 관계자들은 김 제1 부상과 강 비서가 리 부상보다 직급 등에 있어 김 대표와 더 알맞은 대화 상대이긴 하지만 김 대표가 평양을 방문할 경우 마치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인상을 미국인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에 성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 외무성은 지난 1일 "김 대표가 이번 아시아 방문기간 우리와 만날 의향을 표시한데 대해 평양에 오라고 초청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마치 우리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이 여론을 오도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북미 대화의 또 하나의 장애물은 북한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에볼라 창궐에 따른 격리조치이다.

북한은 에볼라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해외에서 귀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을 에볼라 잠복기간인 21일 동안 격리시키고 있다. 리 부상도 지난달 싱가포르 방문 후 21일 동안 자택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접촉할 수 있는 외부인은 체온 측정 등 건강상태 점검을 위해 자택을 찾아오는 정부 지적 의료진뿐이다. 이 같은 격리조치는 에볼라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미 국무부 한국과 과장을 맡았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 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은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미국의 불합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문제는 북한이 대화를 원하느냐가 아니라 무슨 조건과 목적을 가지고 대화에 임하느냐"라며 "북한은 그간 공개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임을 강조해왔으며 영원히 그런 나라로 남고 싶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 소장은 "과거에는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의 완화, 특히 중국의 회유가 주된 방법으로 사용됐었다"며 "이제는 대화 재개의 관건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압박의 수위를 낮추지 않는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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