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사사건건 대립한 '하버드 동기' 대법원장의 배신?

미 대법원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합헌 판결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존 로버츠(사진·57) 대법원장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조지 부시 전 정부 시절 대법원장에 지명된 그를 포함, 모두 9명의 대법관중 보수파가 5명으로 다수를 차지해 '오바마케어'의 위헌 판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돼왔던 때문이다.
29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자신을 야구 심판에 비유하곤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보수파의 ‘후견인’이었다.
대법원장은 그러나 ‘심판’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관중들이 심판을 보러 야구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대법원장은 ‘게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보수파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오바마케어’ 합헌 판결에 가담하리라고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 모두 예견하지 못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심지어 대법원장을 ‘배신자’라고 부르고 있다.
대법원장과 친밀한 사이인 리차드 라자루스 하버드 법대 교수는 “대법원장은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려 하지 않고 올바른 법 해석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주 베들레헴 철강회사 사장의 아들로 태어난 로버츠 대법원장은 가톨릭 남학교에 다녔고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했다.
하버드 법대 동문인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로버츠가 가진 자의 편에 있다며 그의 인준에 반대했다.
로버츠와 반대 진영에 있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취임 선서를 할 때 로버츠 대법원장의 실수로 선서문 어순이 바뀌어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다시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시 로버츠가 ‘눈엣가시’였던 오바마에게 ‘소심한 복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또 대법원의 정치자금법 판결을 놓고 두 사람은 공방을 주고 받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초 국정연설에서 기업과 노조가 정치인과 정당에게 제한 없이 정치자금을 직접 제공하도록 한 판결이 잘못됐다고 말하자 로버츠 대법원장은 같은 해 3월 이를 반박하는 연설을 했다.
그러나 ‘앙숙지간’이었던 행정부와 사법부의 두 수장은 결정적 순간에 반전의 주인공들이 됐다.
ioye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