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반대에도…트럼프 행정부, 유럽·중동 군사 지원 중남미로 돌려"
슬로바키아·북마케도니아·이라크 등 자금 5200만弗 전용
민주 의원들 "무관한 정책 목표로 돌릴 재량권 없어" 반발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의회 민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유럽·중동 국가에 배정된 군사 지원 예산 5200만 달러(약 709억 원)를 중남미의 보수 성향 정부에 대신 지원하기로 했다고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국자 3명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달 의회에 이러한 의도를 통보했고, 진 샤힌(민주·뉴햄프셔) 상원의원과 그레고리 믹스(민주·뉴욕) 하원의원은 자금 전용에 대해 보류 조치를 걸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0일 이러한 보류 조치를 무시하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했고, 슬로바키아·북마케도니아·튀니지·이라크에 승인됐던 5200만 달러를 파나마와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로 돌렸다.
두 의원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조치가 보류 조치에 대한 위반이며 자금 사용처에 관한 법률상 요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슬로바키아와 북마케도니아 자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받은 국가를 위해 마련된 우크라이나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됐던 자금이어서 반발이 컸다.
WP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이들은 "의회 양원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을 지원한다는 매우 구체적인 목적으로 이 자금을 제공했다"며 "행정부에 이 자금을 무관한 정책 목표나 제3국으로 돌릴 무제한의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콜롬비아·에콰도르·파나마·페루가 우크라이나나 유럽 동맹국에 의미 있는 안보 지원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라크와 튀니지 자금은 다른 법률에 근거해 같은 제약을 받지 않았으나, 이란 전쟁과 이라크 내 미군 철수가 진행 중이라는 이라크로서는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
국무부는 "중동과 유럽에서 서반구로 자금을 재배정하는 것은 국가안보전략에 부합한다"며 "우리 지역에 쓰이는 자금은 서반구의 마약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고 파나마 운하를 계속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회 승인 자금 전용이 법률 위반이라는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미 의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해당 자금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 유럽국 지원 외에 구형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긴 국가들이 러시아제 대신 미국제 장비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번 조치는 미 국방부가 유럽 주둔 미군 기지를 축소·재조정하는 등, 유럽 내 미국의 지출과 병력 배치를 줄이고자 하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협회(ECFR) 연구국장은 이번 일을 두고 "유럽이 충성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이란 문제에서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버려질 수 있다는 인식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