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감찰관 "본부 리모델링 범죄 혐의 없다"…트럼프 "파월 사임해야"

24억달러로 불어난 공사비엔 "관리 부실" 지적…행정 비위 발견 못해
트럼프, 법무장관에 보고서 검토 지시…파월은 연준 이사직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7월 24일 워싱턴D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리모델링 현장을 방문해 제롬 파월 당시 연준 의장에게 공사비 초과 내역이 담긴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 감찰관이 워싱턴 본부 리모델링 사업에서 형사법 위반이나 행정상 비위가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사비가 당초 예상보다 10억달러 넘게 불어난 과정에서 사업 관리와 감독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연준 감찰관실(OIG)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워싱턴 본부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조사한 결과 법무장관에게 형사 사건으로 넘겨야 할 만한 연방법 위반의 합리적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행정상 비위도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사업은 연준 본관인 매리너 에클스 빌딩과 인접한 1951 컨스티튜션 애비뉴 건물을 개보수하는 프로젝트다. 2020년 약 13억달러로 책정됐던 공사비는 현재 24억달러까지 불어났다.

범죄 없지만 관리 부실…공사비 10억달러 이상 급증

감찰관실은 범죄나 비위는 없었다면서도 비용 급증으로 이어진 사업 관리상의 여러 문제를 확인했다.

연준 이사회는 앞선 건물 개보수 사업에서 감찰관실이 비용 상한선을 설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건설비 추정치도 요구하지 않았다. 공사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올해 7월까지도 최대 보장가격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공사에서 입찰 경쟁이 부족했던 점도 비용을 끌어올렸다. 설계 변경과 현장 여건, 인플레이션 역시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다. 감찰관실은 연준의 내부 지배구조가 이처럼 규모가 크고 복잡한 사업을 관리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감찰관실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연방정부 건물 관리를 담당하는 조달청(GSA)이 사업 집행을 맡아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하고, 독립적인 외부 감사인을 고용해 지금까지 계약된 모든 비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파월 즉각 사임해야"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며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공사비 급증이 "파월의 잘못"이라며 즉각 연준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에게 감찰 보고서를 검토해 후속 조치 여부를 판단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연준 리모델링 사업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와 파월 당시 의장 사이의 갈등을 키운 사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연준이 호화로운 설계로 예산을 낭비했다고 비판했고 법무부는 파월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워싱턴DC 연방검찰은 지난 4월 해당 수사를 종결했다. 이번 감찰관 조사에서도 형사법 위반이나 행정상 비위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파월에 대한 형사 책임 문제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감찰 보고서가 지적한 사업 관리 부실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상원 은행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팀 스콧 의원은 인플레이션이 비용 급증의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연준이 자원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의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역시 이번 보고서가 연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면서도 범죄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