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전 소진한 미사일 대량 증산…"생산 확대 효과는 수년 뒤"

이란전서 토마호크·패트리엇 등 재고 급감
핵심 인력·원자재·부품 부족도 '병목' 요인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함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2026.3.21 (미 해군 제공)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 방산업체들이 이란 전쟁 과정으로 급감한 미사일 재고를 채우기 위해 대규모 증산에 나섰지만 실제 생산 확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을 올 2월 말 이란 전쟁 개전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000발 이상을 발사했다. 미군이 전쟁 전 보유하고 있던 토마호크 마사일 재고의 약 3분의 1과 고성능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약 절반을 이미 사용했다는 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이다.

미 정부는 이처럼 핵심 무기 재고가 빠르게 줄어듦에 따라 방산업체들에 그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WSJ는 "오랜 투자 부족과 불규칙한 정부 발주로 미국의 미사일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미 정부와 방산업체들은 미사일과 탄약 생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공급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미 정부는 그동안 방산업체들이 신규 생산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주문을 하지 않았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토드 해리슨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1999~2025년 미 국방부의 조달 및 연구개발 예산에서 미사일과 탄약이 차지한 비중은 연평균 7.5%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항공기는 23%, 함정 건조는 10%였다.

이에 따라 록히드마틴·제너럴다이내믹스 등 주요 방산업체의 매출 대비 자본지출 비율도 2021년부터 작년까지 거의 늘지 않았다.

WSJ는 이런 구조적 투자 부족이 토마호크 생산에서 특히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1980년대부터 운용된 토마호크는 미국과 동맹국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장거리 순항미사일이지만, 최근 수년간 국방부 주문량이 크게 줄어 한때 생산라인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에 토마호크를 생산하는 RTX는 기존 미사일 항법장치를 개량하는 계약으로 생산시설을 가까스로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향후 탄약과 미사일 비축량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미 해군은 향후 7년에 걸쳐 23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구매하는 계약을 지난달 발주했다. RTX 또한 장기적으로 연간 토마호크 생산량을 1000발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애리조나주 투손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토마호크 같은 첨단 미사일은 수천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데다, 생산 공정이 자동화된 자동차 공장과 달리 소규모 작업장에서 복잡한 조립과 시험을 거쳐야 하기에 신규 투자가 곧바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 RTX의 올해 토마호크 생산량은 400발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가 전했다. 현재 생산 속도로는 이란전에서 소진된 미사일 재고를 단기간에 메우기 어렵단 의미다.

록히드마틴도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하기 위해 아칸소주 공장에 수백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보잉·L3해리스·노스럽그러먼 등 주요 하청업체들도 전자장비와 로켓 모터 등 미사일 핵심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신규 조립설비 건설에 나섰으나 상황은 비슷하다.

게다가 무기체계 생산에 필요한 핵심 인력과 원자재 부족도 생산능력과 전시 소모 속도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데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RTX 투손 공장의 경우 전기 엔지니어와 폭발물 전문가, 화학자,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약 670명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일부 핵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나 주요 전자부품 공급 차질도 미사일 생산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RTX는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사일 부품을 고온·저온 등 극한 환경에서 시험하는 대형 로봇 장비도 도입하고 있지만, 이 같은 신규 설비와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더라도 상당수 미사일은 향후 수년에 걸쳐서야 공급될 전망이다. 즉, 향후 1~2년 안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엔 충분한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작년까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위원장을 지낸 롭 바우어 전 네덜란드 해군 제독은 "국방장관들 지갑엔 돈이 가득하지만 상점에 들어가 보면 진열대가 비어 있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