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휴전' 거부 트럼프, 다시 핵무기 저지에 초점…호르무즈서 이동
트럼프 '7일 계획' 공개 거부 뒤 전면전 재개 우려
중재국, 이란에 '핵 양보' 압박…美·이란 협상 재개 안간힘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재국들이 이란에 핵 프로그램 관련 양보를 요구하며 협상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앞서 이란이 제시한 이른바 '7일 계획'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이란 양측의 최대 쟁점은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로 모아진다. 미국은 이란이 먼저 핵 프로그램에서 양보해야 압박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미국이 먼저 봉쇄와 제재를 완화해야 핵 문제를 포함한 본격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이란 간 협상에 관여하는 중재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핵 문제에서 이란이 먼저 양보해야 교착 상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이란 문제의 초점을 현재 이란이 통제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당초 전쟁 목표로 삼았던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로 다시 옮기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주 유엔총회 연설에선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이란 정부를 "전멸(annihilate)"시키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앞서 이란은 중재국인 카타르를 통해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원유 제재 완화, 국외 동결 자산 일부 해제 등을 선행하면 7일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전투를 중단하며, 이를 계기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이른바 '7일 계획'을 미국 측에 전달하기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올 6월 체결한 미국과의 양해각서(MOU) 수준으로 협상의 틀을 되돌리길 바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합의가 이란에 지나치게 유리했다고 판단해 같은 조건으로 돌아갈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이란의 앞선 MOU에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향후 핵협상 개시를 전제로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 △국외에 동결돼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 해제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 등을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미국 측은 해상봉쇄가 이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도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올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에 돌입한 이래 중동산 원유·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교역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해 각국 선박의 통항을 제한해 왔으나, 최근 들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량이 다시 늘고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을 오가는 항공편을 차단하기 위한 압박도 확대하고 있다.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7일 계획' 거부에도 불구하고 일단 중재국을 통한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이란은 아직 핵 프로그램에 관해선 실질적인 양보 의사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중재국 당국자들은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장기적 해상봉쇄나 공습 재개에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이 먼저 제재나 봉쇄와 관련해 양보해야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자들은 이란 내 권력이 서방과의 타협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더 집중돼 있는 점도 미·이란 간 협상의 걸림돌로 꼽았다. 이 때문에 중재국들 또한 현재로선 협상 성사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 대미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공격이 재개될 경우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전쟁 재개에 완전히 대비돼 있다"며 "종말론적 전쟁(doomsday war)이 되더라도 굳건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외교도 준비돼 있다"며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이란 간 중재에 관여해 온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해결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등의 공격까지 겹치면서 중동 분쟁 구조가 한층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최근 참모들에게 이란 공습 재개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등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당국자들 또한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 무력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이란이 제시한 조건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협상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란 관측도 나온다.
미·이란 간 협상에 관여해 온 중동 국가 고위 당국자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타협할 의향이 있다"며 "올 초 JD 밴스 미 부통령과의 협상에서도 합의에 근접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란이 핵 문제에서 양보하려면 미국과 합의한 뒤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이란이 상대방의 선제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재국들이 핵 문제를 고리로 협상을 다시 가동할 수 있을지가 향후 중동 정세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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