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후·운송난 겹쳤다…美기업들 "코로나 때보다 힘들어"

이란 전쟁에 러 디젤 수출 제한·홍해 운항 차질까지…연료·운송비↑
공급망 작동해도 비용·불확실성 커져…장기 계획 수립도 어려워져

8월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예멘 홍해 연안 항구 도시 모카. 2026.8.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 기업들이 중동 전쟁과 기후변화, 운송 차질 등이 겹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더 심각한 공급망 불안과 비용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고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전역의 기업인들은 최근 경영 환경을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하면서 오히려 당시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공급망이 완전히 멈췄던 코로나19 때와 달리 지금은 공급망이 작동하고 있지만 비용은 크게 늘었고 운송·조달 과정의 차질과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커피 유통업체 딜워스 커피를 운영하는 제프 보이타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질의 2024년 커피 작황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에 이어 올해 이란 전쟁과 슈퍼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타 CEO는 "운송 차질과 컨테이너 부족, 홍해에서 벌어지는 일로 인한 높은 비용, 비료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달 초 발표한 월간 조사에서도 기업 관계자들이 현재의 경영 환경을 코로나19 당시와 비교했다. 한 응답자는 현재 공급망 위기를 "코로나19 당시와 이후보다 더 크고 복잡한 위기"라고 표현했다.

미국 덴버대 공급망 프로그램 책임자인 잭 버핑턴은 "코로나19보다 더 큰 문제"라며 "완전히 다른 문제로, 에너지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이 일시적인 경제 충격이며 전쟁이 끝나면 물가 상승도 빠르게 진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CNN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현재 미국 기업들이 겪는 공급망 혼란과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잠시 다시 열렸을 당시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국제유가도 전쟁 이전 수준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높은 연료비와 운송비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에너지·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달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한번 오른 뒤 쉽게 내려가지 않는 서비스 가격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디젤(경유) 가격은 중동 전쟁이 격화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면서 지난 3월 이후 두 배로 올랐다.

운송비 상승에는 기상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상하이항은 연이어 발생한 태풍으로 사실상 2주 동안 운영에 차질을 빚었고, 현재도 상당한 운송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다른 공급망 차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디젤 수출 제한은 전 세계 해상 운송 디젤 공급의 12%를 막고 있으며, 기상 악화 역시 전쟁 종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란의 동맹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활동 재개와 아덴만의 소말리아 해적 문제도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해운사들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라이언 피터슨 플렉스포트 CEO는 이 같은 상황으로 올해 전 세계 해운 능력이 15%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25년 동안 물류업계에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부담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로프와 끈 등을 생산하는 미국 제조업체 레이븐옥스의 숀 브라운리 CEO는 중소기업들이 그동안 비용 상승분을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했지만 이제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리 CEO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공급망 혼란은 코로나19 당시와는 양상이 다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항구에 컨테이너선이 수주간 발이 묶이고 매장에서 화장지와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이 사라지는 등 공급망 자체가 사실상 멈췄다.

반면 지금은 운송이 이뤄지다가 중단되고, 다시 나아졌다가 또 악화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가격 역시 올랐다가 내리고 다시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브라운리 CEO는 "공급망은 작동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보다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변동성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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