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가,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이해충돌' 재가열

WP "AI 개발 속도조절 반대하며 델·마이크론 등 주식 매입"
두 아들도 관련 사업 투자…백악관 "독립 운용해 문제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9.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족이 최근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업계 등의 논란 속에 AI·데이터센터 등 관련 산업에 광범위하게 걸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공개 자료와 기업 발표 등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일가의 사업·투자가 AI 붐 수혜 산업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결정이 대통령 개인의 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된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AI 개발을 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중국에 기술 주도권을 내줘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계좌에선 AI 산업 성장과 밀접한 기업의 주식 거래가 다수 확인됐다고 WP가 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한 후 공개된 주식 거래 약 3만 건 중엔 AI용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델 테크놀로지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전력설비업체 GE 버노바 주식을 매입했으며, 브로드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데이터센터 장비업체 크레도 테크놀로지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주식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에 속한다.

다만 WP는 재산공개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도 해당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보유 자산을 백지신탁에 맡기지 않은 채 거래해 온 데 대해선 그간 줄곧 이해충돌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투자·거래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는 모두 독립적인 자산운용자들이 관리하고 있어 "이해충돌이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 계좌는 슈와브1000 등 공인된 지수를 자동 추종하는 컴퓨터 기반 모델을 통해 운용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나 가족이 특정 종목 매매 시점이나 투자 대상을 지시하거나 관여할 수 없다는 게 잉글 대변인의 설명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정부윤리국(OGE) 국장 대행을 지낸 돈 폭스는 "이해 상충 관련 규정 도입 이후 그 어떤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재산을 관리한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1962년 연방 형법에 공직자의 재정적 이해충돌을 제한하는 조항을 도입했으며, 워터게이트 사건 뒤인 1978년 정부 윤리법 제정을 통해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등 윤리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다만 미 대통령과 부통령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개인의 재정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관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연방 형사상 이해충돌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이 관여하는 사업들도 AI 인프라 분야로 그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주주인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TMTG)은 최근 핵융합 기업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 대상 기업은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를 겨냥해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TMTG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도 AI 기업에 게시물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업과 AI 검색 서비스 등에 진출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플로리다 소재 벤처캐피털 1789캐피털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1789캐피털은 최근 12억 달러(약 1조 67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으며, AI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관련 사업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차남 에릭 트럼프 역시 투자회사 아메리칸벤처스를 통해 AI를 활용하는 방산·로봇 기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앞서 AI 인프라 구축을 겨냥한 '아메리칸 데이터센터스' 설립에도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 기술 위험을 이유로 그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사기"라며 일축했고, 19일엔 기존 법 집행과 별도로 'AI 포스'(AI Force)를 통해 AI 산업 문제를 다루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