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늦추자'는 앤트로픽 호소…"상장 앞둔 홍보 전략" 비판도

美 AI 업계 '속도조절론' 급부상에…"中에 패권경쟁 밀린다" 회의론
아모데이 CEO 美中 'AI 군축회담' 제안도…'후발주자 막기' 지적도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2026.02.1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주요 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13일(현지시간) AI 기술의 개발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실현 가능성을 두곤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전날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오늘날의 최첨단 AI 도구가 초래하는 위험이 너무 커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맹렬한 속도로 개발을 계속할 수 없다며, AI 기술의 위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AI 개발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AI 업계 주요 인사들의 공개 지지를 받았다.

AFP통신은 많은 AI 업계 종사자들이 아모데이 CEO의 제안을 환영했으나, 한편으로는 그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먼저 미국 정치권의 미온적인 태도가 AI 개발에 제동을 걸기 어려운 주원인이다. 미국 정부는 AI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AI 패권 경쟁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의회가 섣불리 개입해 긴급 유예 조치를 부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중국이 우리와 경쟁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유예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우리는 AI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국가이며, 솔직히 말해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며 "있지도 않을 일을 들고나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에 아모데이 CEO는 이날 CBS 인터뷰에서 "바이오 테러가 발생하는 것은 어떤 정부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가 과거 소련과 핵무기 군축 회담을 진행했던 것처럼 중국과도 AI 개발에 '속도 제한'을 두기 위해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달 말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중국과 AI 안전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AI 모델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육성 중인 중국은 미국의 잠재적인 AI 규제 압박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데이 CEO는 서방 AI 기업들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도록 미국산 최첨단 AI칩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AI 기술이 중국 연구소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몇 주 앞둔 앤트로픽이 '안전한 AI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몸값(주가 프리미엄)을 높이려는 고도의 홍보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AI 분야 주요 인사 브라이언 롬멜레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번 발언을 두고 "이것은 에세이 형식의 IPO 서사다. '우리는 책임감 있는 기업이며, 해법을 알고 있으니 안전 프리미엄을 주고 주식을 사라'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속도 조절론이 AI 안전 규제를 통해 후발 주자의 성장을 제한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AI·암호화폐 정책 총괄을 지낸 데이비드 삭스 역시 X에 "개발 속도를 줄이려는 동기가 순전히 이타적인 척하는 가식을 버리라"고 지적했다.

삭스는 이어 "초지능을 만들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신들이 그것을 만들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이라며 "당신들이 선호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그 대가로 요구하는 것은 대중과 정치 시스템을 향한 협박처럼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