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이란, 확전으로 대미 협상력 키운다
후티, 바브엘만데브 해협 페림섬 장악…홍해 원유 수송로 위협
전쟁 범위 확대에 유가↑…이란, 美·걸프국 압박하며 협상력 강화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과 동맹 세력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요충지를 장악하고 송유관을 공격하는 등 군사적 확전을 통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 걸프 국가들을 압박하며 미국과의 전쟁에서 외교적 우위와 협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최근 일주일간 이란과 동맹 세력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중동의 불안정성을 키웠고, 특히 예멘에서 후티 반군의 공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세가 다시 이란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란은 미국의 남부 항구 해상 봉쇄와 잇따른 제재로 국제사회와 단절되면서 여전히 막대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이란과 동맹 세력의 잇따른 공격으로 전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란이 이전보다 더 큰 협상력을 확보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지난 11일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에 해상교통 요충지 페림섬을 장악했다. 이를 발판으로 중동산 원유 수송에 중요한 홍해의 선박 운항을 방해할 수 있게 됐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선임분석가는 "예멘에서 후티가 거둔 성공으로 상황이 다시 이란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란이 "전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도 현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는 11일 한때 배럴당 약 11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쟁 전보다 약 50% 높은 수준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은 가을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은 지난달 최소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이라크 영토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홍해 항구로 원유를 운송하는 송유관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공격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량은 전쟁 이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일부 선박은 미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통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호르무즈에서 잃은 협상력을 홍해와 사우디 등 다른 지역에서 되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미 군함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이란 국가안보 최고위 당국자인 모흐센 레자에는 이란이 미 군함을 겨냥한 첫 대함미사일 시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행동은 브릭스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항행과 상업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의 비대칭 군사전략이 외교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란과 오만은 14일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수주간 해협 공동 관리 방안을 논의해 왔다.
다만 이란은 공동 관리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해협이 선박 통행에 완전히 개방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회동이 실제로 열릴지, 열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데다 주요 미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니 시트리노비츠 전 이스라엘 정보당국자는 이번 회동 가능성에 대해 "워싱턴과 중동에서의 미국 정책에 대한 걸프 국가들의 깊은 실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베흐남 벤 탈레블루는 이란이 수개월간 걸프 국가들을 직간접적으로 공격해 원유 수출 차질을 초래한 뒤 이제는 "미국이 구축한 역내 질서의 일부로부터 테헤란에 더 유리한 양보를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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