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이슈 무시하고 평온한 뉴욕증시…'공포 실종'이 더 무섭다

VIX 15로 장기중앙값 17.6 하회…중간선거 앞 '위험 프리미엄' 없어
증시 취약성 경고 목소리…"중간선거 해 24번 중 15번은 9~10월 5% 이상 하락"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시장의 공포는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물가·고용지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 등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 줄줄이 대기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충격에 지나치게 무방비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에도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주식시장 변동성 지표는 올해 저점 부근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11월 3일 중간선거 자체가 증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의회 장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정책 변화, 분점정부 가능성이 부각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실제로 중간선거를 앞둔 9~10월은 역사적으로 증시가 흔들린 시기다. 캔터피츠제럴드에 따르면 1930년 이후 24차례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 가운데 15차례에서 S&P500은 9~10월 사이 5% 이상 하락했다.

VIX 15…"중간선거 위험 프리미엄 없어"

하지만 옵션시장에서는 이런 위험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최근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약 15로 장기 중앙값 17.6을 밑돈다. 향후 변동성 전망을 반영하는 VIX 선물도 안정적인 수준이다.

마이클 퍼브스 탈바켄캐피털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VIX 곡선에는 중간선거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시장을 흔들 만한 일정은 적지 않다. 물가와 고용지표, 연준 통화정책회의에 더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말 미국 방문이 예정돼 있고 11월 3일에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판세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해 백악관과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단일 정당 지배체제가 깨질 경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UBS "몇 주째 극단적 취약성"

투자자들의 낙관론과 특정 포지션으로의 쏠림, 낮은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 하락 위험에 대비한 헤지 수요 부족도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지목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향후 한 달간 시장 취약성을 예측하는 UBS의 머신러닝 모델 '터뷸렌스(Turbu-lens)'는 8월 말 잠재적 시장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단계까지 상승했다.

맥스웰 그리나코프 UBS 미국 주식파생상품 리서치 대표는 "지난 몇 주 동안 계속해서 '극단적인 취약성'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을 "안전벨트 없이 시속 100마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1인용 경주차) 고카트"에 비유했다. 아무 일도 없다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충돌이 발생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강한 기업 실적은 증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퍼브스 CEO는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단 하나, 기업 실적"이라며 중간선거 결과가 기업 이익이나 주식 수요를 크게 약화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근 3년 동안 증시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경험도 헤지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 다만 현재 변동성이 낮아 보험 비용 역시 저렴하다.

줄리언 이매뉴얼 에버코어ISI 전략가는 중간선거를 둘러싼 위험에 비해 옵션 가격에 반영된 내재변동성이 낮다며, 향후 증시 하락에 대비한 헤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