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로 이란 못 꺾는다"…쿠바·北·러시아로 본 경제압박 한계

WSJ 보도…제재 버티며 회피 방법 찾아
"경제 제재와 함께 외교적 공세 병행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3D 프린팅 미니어처 모델과 '제재'라는 단어가 새겨진 이란 국기. 2025.4.1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 제재 카드까지 꺼냈지만 이란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 러시아, 쿠바, 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미국 및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 고통을 받으면서도 굴복하기 보다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지난 24일 이란에 대한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했다. 이란 정권의 자금줄로 이용되는 디지털 자산과 군사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핵심 부문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를 상대로 '2차 제재'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발표 후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됐으며 모든 기뢰가 제거됐다며 제재 효과를 강조했으나 해협 통행량 등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이란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국제사회의 제재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했다.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하고, 2003년 리비아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등 성공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제재 회피 사례가 더 많다.

미국은 60년 넘게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시행하면서 압박을 하고 있지만 쿠바는 경제가 쇠퇴하고, 전력 공급 중단 및 식량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북한도 수십 년째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할 의사를 내비친 적도 있지만 현재는 핵무기를 고수하면서 그때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WSJ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암호화폐 탈취 및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으로 경제적으로 생존하고 심지어 번영하기까지 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국가를 통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개전 첫해에는 제재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했으나 그 후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도 여전히 공고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은 최근 더욱 거세졌다.

전문가들은 경제 제재와 함께 추가적인 조치가 병행되어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종식시킨 것도 결국 군사적 조치와 국제정세의 변화였다.

마두로 정권은 경제 규모가 75%나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약 7년 간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를 버텼으나 미국의 특수부대 급습으로 막을 내렸다. 197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재와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을 버티던 아사드 정권도 러시아와 이란이 전쟁에 발이 묶이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지자 붕괴로 이어졌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경제학자인 자바드 살레히-이스파하니는 "미국이 고통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압박이 이란 정부의 타협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애런 아널드는 "이러한 조치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할 수 있다"며 권위주의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압박과 함께 외교적 공세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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