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의 교훈…미국이 '끝없는 전쟁' 탈출 못하는 이유

NYT "미국, 아프간서 승리하기 위해 싸웠기 때문에 진 것"
美국방 "끝없는 전쟁 아니다"라지만…"이란·아프간은 판박이"

지난 2021년 8월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주민들이 탈레반을 피해 미군 군용기에 올라타기 위해 뛰고 있다. (트위터 영상 갈무리) 2021.8.16 ⓒ 뉴스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은 중동에서 또 다른 '끝없는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년 전 끝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왜 중동에서 끊임없는 분쟁에 휘말리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빈 라덴 사살 후 10년 더 주둔…"승리하기 위해 싸운 게 패인"
오사마 빈 라덴 ⓒAFP=News1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지난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던 중 카불 공항에서 탈레반을 피해 수십만 명의 아프간 주민들이 몰려들고, 13명의 미군이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하는 '대참사'로 끝났다.

미국은 지난 2001년 탈레반이 9·11 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숨겨주고 있다는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이후 빈 라덴은 지난 2011년 5월 미군에 의해 사살됐고 알카에다 역시 드론 공격 등을 통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빈 라덴 사망 이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규모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미군은 약 1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았다. 이 기간에 868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낮고 부패한 상황에서 탈레반을 격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탈레반은 미군 희생과 비용을 감당하기 지친 미국 대중의 인내심을 견뎌내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과 국방부, 군 지휘부는 섣부른 철군 시 동맹국들의 신뢰도 저하와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테러 조직의 온상이 될 우려, 그리고 미군이 치른 희생을 헛되게 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철군을 꺼렸다.

NYT는 아프가니스탄이 9·11 테러와 같이 미국을 겨냥한 또 다른 테러의 발판이 되지도, 나라 전체가 테러 조직의 온상이 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고문 역할을 맡은 카터 말카시안은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당시 미국 관리들이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를 포함해 그들 중 다수는 조기 철군을 더 강력하게 주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단히 말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일찍 철수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미군이 승리하기 위해 싸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즈메리 켈라닉은 "그들은 환자가 죽을 것을 알고 있는 중환자실 의사나 다름없다"며 "그들은 단지 자기 근무 시간이 끝난 후에 환자가 죽기를 바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이란戰, '끝없는 전쟁' 아니다"라지만…NYT "아프간과 판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2025.12.2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이러한 '끝없는 전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기에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결정했고, 2024년 대선 기간에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헤그세스 장관도 주 방위군 장교로 복무할 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된 적이 있으며, 이를 통해 분노와 환멸을 느꼈다.

그는 이란 전쟁이 "레이저처럼 정밀하고" 치명적이고 신속할 것이라며 이 전쟁이 과거와 같은 "끝없는 전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달리 지상군 투입 없이 공습과 해상 봉쇄만으로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고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도 최근 "공군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NYT는 "미군이 직면한 도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었던 상황과 유사하다"며 "탈레반 반군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이란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군에 걸린 이해관계는 훨씬 적고, 작전을 중단할 때의 대가도 그만큼 적다"고 짚었다.

초점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에 대한 장기간의 압박 작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토머스 G. 만켄은 미군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실행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진지를 구축하고 요새화해 왔기 때문에 현지에서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NYT는 전쟁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작전에 필요할 비용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국민들이 감수할 의향이 있는 수준보다 더 높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그세스 장관은 전쟁 장기화를 시사하고 있다. 그는 이미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미 해군이 얼마나 봉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한 만큼, 즉 무기한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