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정유업체, 중동 또 막히자 美원유 '싹쓸이'…美내수 공급 압박
9월 거래 물량, 8월 2배 육박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9월 미국산 원유 구매량을 전월의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매입을 재개하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이는 미국 정유업계에 추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선박·원자재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와 보텍사, 스파르타 커모디티스 등은 9월 선적분 미국·아시아 간 거래 물량이 4000만 배럴을 웃돌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8월 예상치인 2200만 배럴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경쟁 중동 유종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시아 정유업계는 이란 전쟁으로 기존 중동산 공급이 끊긴 뒤 미국산의 주요 구매처로 부상했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자 매입량이 줄었다가, 이후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다시금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입분 중 최소 1건은 대서양 대신 파나마 운하와 태평양을 경유하는 단축 항로 운항이 가능한 소형 아프라막스 유조선 선적으로, 아시아 측 수요의 시급성을 보여 주고 있다.
전쟁이 6개월째로 접어들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여전히 봉쇄된 가운데, 아시아의 매수세는 미국 내 공급을 압박해 유가를 밀어 올릴 공산이 크다.
미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이나, 국내 수요가 줄지 않아 수급 경색은 심화하고 있다. 또 원유 가격 상승은 소매가로 전가되는 만큼, 이미 계절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휘발유 소매가에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보텍사 선임 석유시장 분석가 로힛 라토드는 특히 중동산 원유와 품질이 유사한 중질·고유황 원유의 수급 경색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신텍스 에너지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 중질·고유황 원유인 마스유는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대비 배럴당 2.50달러의 웃돈에 거래되고 있다. 3개월 최고치보다 약 2달러 낮은 수준이다. 다만 아직은 전쟁 직후 대(對)아시아 수출이 급증했던 4월 초 18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니콜라스 플론스키 스파르타 석유시장 분석가는 "미 정유업계에는 마스유가 이번 공급 경색의 진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체 수출량이 4월 말 수준을 밑도는 가운데, 9월 아시아 대상 급증분이 어디서 나올지도 관심사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8월 14일까지 주간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일 400만 배럴을 소폭 웃돌았다. 이는 전주 대비 하루 100만 배럴 이상 늘었으나, 4월 말의 일 650만 배럴 수준에는 못 미친다.
케이플러 원자재 리서치 디렉터 매트 스미스는 "아시아 대상 물량증가는 전체 수출이 많이 늘어난 결과라기보다 유럽행 물량을 대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토드는 미국 국내의 중질유 수요는 베네수엘라산 수입으로 일부 충당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시아 업체들의 미국산 원유 매입이 재개돼, 통상 매년 가을철 늘어나던 미국 내 원유 재고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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