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 무역협상 결렬은 프랑스어 때문?…관세 뒤 문화전쟁

카니 加총리 "美, 프랑스어 보호정책 완화 요구" 폭로…주권 문제 부각
加여론 '협상중단' 지지…美 "빅테크 수익 약탈하는 구조 지적한 것"

왼쪽은 2025년 5월 21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촬영된 마크 카니 총리의 모습, 오른쪽은 2025년 6월 2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찍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2025.6.30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무역 협상 결렬로 대규모 관세 보복전에 돌입한 미국과 캐나다의 통상 갈등이 '문화 전쟁' 양상으로 비화했다고 AF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22일 미국이 협상 막판에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을 약화하라는 요구를 들이밀었다고 폭로했다.

캐나다는 이를 국가 주권과 문화적 기본권에 대한 정면 침해로 규정했고, 미국은 캐나다의 디지털 규제가 자국 빅테크를 겨냥한 노골적 차별이라고 맞받았다.

미국이 걸고넘어진 건 프랑스어권 문화 보조금, 온라인 플랫폼 내 프랑스어 콘텐츠 노출 의무, 판매 제품의 영어·프랑스어 병기 규정이었다.

특히 프랑스계가 다수 거주하는 퀘벡주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기업에 프랑스어 콘텐츠를 일정 비율 이상 배치하고 추천 알고리즘 전면에 노출하도록 강제한다.

영어권 중심의 북미 시장에서 소수 언어를 지키려는 퀘벡의 자구책인데, 미국 기업들에는 별도 시스템 구축 비용과 추가 규제를 강요하는 '비관세 장벽'으로 작동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언어 문제가 결렬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두고 "우스꽝스러운 가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미국이 반대한 것은 프랑스어 사용 그 자체가 아니라, 캐나다 연방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의 수익을 강제로 떼어내 캐나다 내 경쟁업체에 넘겨주는 약탈적 규제 구조라는 지적이다.

반면 캐나다는 미국의 요구가 타협 불가능한 주권의 영역에 닿아 있다는 입장이다.

카니 총리는 프랑스어와 문화 보호는 "근본적 권리"라며 어떤 통상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미국의 관세 폭탄에 "달러 대 달러"로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약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대미 수출품 관세와 자동차 관세 폭탄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문화 주권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카니 총리의 강경 행보는 캐나다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앵거스 레이드 여론조사에 따르면 퀘벡 주민의 85%가 카니 총리의 협상 중단 결정을 지지했다.

크리스틴 프레셰트 퀘벡 주총리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전면에 섰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역설적으로 캐나다 내 분열된 프랑스어권 여론을 결집하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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