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앞 '비상사태' 군불 때는 트럼프…선거장악 우려 확산
잇단 기밀 해제·비시민권자 투표 의혹 제기로 선거 불신 고조
전문가들 "대통령 선거 개입 위헌…유권자 위축 노린 정치적 술책"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부정과 외국 개입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해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부정선거론자들과 우익 매체들이 비상사태 선포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극우성향 방송인 웨인 앨린 루트가 선거 관련 비상사태 선포를 제안하자 "이보다 더한 일도 일어난 적이 있다"고 답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백악관과 연방기관들은 여름 내내 '선거 투명성'을 명분으로 기밀문서와 분석 자료를 쏟아내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 태스크포스(TF)는 전자투표기 취약성과 외국 정부의 데이터 접근 관련 문서를 해제했으나, 정작 해당 자료에는 2020년 대선 당시 외국 정부가 결과를 바꿨다는 증거가 없다는 기존 정보기관 평가가 담겨 있었다.
핵심 쟁점인 '비시민권자 투표' 주장 역시 통계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토안보부(DHS)와 미 인구조사국은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비시민권자가 유권자로 등록되거나 투표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산출 방법론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네바다주에서 유권자로 등록된 비시민권자 수가 최대 1만5903명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수작업 검토로 확인한 비시민권자는 185명이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가 일고의 가치가 없으며, 극소수의 행정 오류를 과장해 선거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7월 29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8월 마지막 주 일정을 비워두라. 뭔가가 온다"며 선거를 이유로 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예고했다. 배넌은 선거 부정 의혹을 비상조치의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Save America Act)도 갈등을 증폭하는 요소다. 해당 법안은 주 정부 유권자 명부의 연방 제출, 국토안보부의 유권자 직권 말소 권한 부여, 시민권 증명 서류 및 사진 신분증 의무화, 우편투표 대폭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헌법학자들은 비상사태가 선포되더라도 대통령이 선거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 헌법상 선거 관리 권한은 1차적으로 주 정부에, 이를 변경할 권한은 의회에 있어 행정명령으로 선거를 연기하거나 관리 권한을 박탈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실효성과 무관하게 선거 현장이 위축될 위험은 상당하다.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타이 콥은 PBS 인터뷰에서 "투표소 주변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나 무장 병력이 배치될 것이 확실하다"며 이들이 소수계나 이민자 출신 유권자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인공지능(AI) 허위 정보 유포, 투표소 현장 위협 등 행정부의 도발 시나리오에 대비한 가상 훈련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비상사태의 실제 선포 여부보다,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퍼뜨리는 선거 불신 담론이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가로막고 선거 결과 불복의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고 있다.
아리아 브랜치 일리아스로그룹 파트너 변호사는 가디언에 "미국 선거에서 비시민권자 투표는 결코 광범위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 이슈를 둘러싼 모든 공포와 서사는 완전히 근거가 없으며, 단지 공포를 조장하고 향후 행동을 위한 기반을 닦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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