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무역협상 결렬…"트럼프식 불도저 통상전략 한계 노출"
美 '막판 뒤집기'에 결국 파행…WP "美신뢰성 의구심에 동맹들도 예의주시"
비외교적 '주권침해' 언행도 문제…물가 자극에 美 중간선거 '적신호'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합의에 이르는 듯한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협상의 막판 결렬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통상 전략'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캐나다와 합의에 도달했다"며 캐나다산 주류·유제품·건축자재와 하키 장비, 자동차 관련 품목에 부과하려던 50% 관세를 사흘 유예해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 캐나다의 도미닉 르블랑 대미 통상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협상을 이어가며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으나, 지난 21일 협상은 막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따라 22일 0시부터 와인과 유제품, 하키용품, 시멘트 등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미국의 50% 관세가 발효됐다.
WP에 따르면 협상 파행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다. 당초 USTR은 캐나다의 양보를 대가로 알루미늄 가공 제품에 대한 기존 50% 관세를 25%로 인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산업계는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고율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며 백악관 회의에서 그리어 대표와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WP에 "나바로와 러트닉 모두 그리어에게 고함을 지르며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이건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것들을 그냥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 않는가'라며 거칠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한 협상 막바지에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생산되는 대형 트럭을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시도했다. 캐나다가 다른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외교적인 언행도 국내 반미 여론을 자극하면서 캐나다 정부 운신의 폭을 제한했다.
토론토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의 플라비오 볼펜 회장은 "가장 가까운 교역 상대국에 제3국에 대한 자국의 무역 정책을 똑같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외교 정책에 대한 자율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이번 사태는 미국의 압도적인 시장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방식이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는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주체와 관세 인하 협상을 벌이며 시장 개방, 대미 투자 약속 등 상대국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해 왔다.
미 행정부의 고압적 태도는 무역 상대국들이 국내총생산(GDP) 약 32조 달러(4경 4000조 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 접근권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중국처럼 자체 보복 조치에 나서며 미국과 대립을 계속해 왔다.
캐나다에서는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연설을 통해 "이번 주 초만 해도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며 "미국이 비경제적이고 불공정하며 캐나다의 순이익을 저해하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합의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무역 협상 결렬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 매년 재협상을 거쳐야 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미래 역시 불확실한 상태에 빠졌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트럼프 무역 정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미국이 일방적인 무역 협정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에 점점 더 불만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물가 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캐나다로부터 약 4536억 달러(약 620조 원)의 상품을 수입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수입국 중 멕시코,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 기업들이 떠안은 관세 부담은 일정 부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BS와 인터뷰에서 "무역 분야의 공방이 오래 지속될수록 이란과의 충돌이 길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더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jwl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