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감세·전쟁·관세환급이 키운 재정 구멍
올해만 2조달러 이상 차입 전망…장기 국채금리는 19년 만에 최고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총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원화로 따지면 자그마치 5경 5600조 원 규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올해에만 국방, 사회보장제도, 의료복지, 감세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2조 달러(약 2780조 원) 이상을 추가로 빌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새로 발생하는 재정적자 가운데 약 절반은 이미 발행된 국채의 이자를 갚는 데 쓰인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구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재정 악화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집권 공화당이 지난해 통과시킨 감세 정책은 기업이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 비용을 즉시 공제할 수 있도록 했고, 조세공동위원회는 이 조치가 올해에만 약 1000억 달러의 세수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대이란 전쟁에 따른 국방 지출 증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도 정부 재정과 성장률에 부담을 줬다.
관세 수입도 예상만큼 재정 개선에 기여하지 못했다.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다.
미국 정부는 2025년 걷은 관세 약 1660억 달러 가운데 상당액을 기업 수입업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약 1000억 달러의 환급이 완료됐고, 추가 환급 절차도 진행 중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감세가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키운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향후 성장 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하게 될 생산적 자산을 창출하고 있다"며 "새총을 뒤로 당겨 운동에너지가 될 많은 잠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성장 효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적자와 이자 부담이 계속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베선트 장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028년까지 3%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란 전쟁 비용, 관세 환급, 감세에 따른 초기 세수 감소로 인해 올해 적자 흐름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국채 시장은 이미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5.32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시장은 재정적자 확대뿐 아니라 이란 전쟁과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 대규모 국채 발행 증가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장기 금리가 오르면 정부만 비용을 더 내는 게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기업 대출, 설비투자 자금 조달 비용도 올라간다. 미국 경제가 높은 이자율과 물가 압력을 함께 겪을 경우, 성장 둔화로 세수는 줄고 재정적자는 더 커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 엔화 약세에 대응한 미국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도 국채 시장과 연결된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국가이며, 2026년 5월 기준 보유액은 약 1조1400억 달러였다. 미국은 일본이 엔화 방어용 달러 조달을 위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팔 경우 장기 국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해 일본과 공동 개입에 나섰다.
연방준비제도의 움직임도 핵심 변수다. 연준은 약 6조8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취임 뒤 대차대조표 축소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연말까지 전담 조직의 검토를 거쳐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연준이 보유 채권의 만기가 돌아올 때 재투자를 줄이는 방식은 시장 충격을 제한할 수 있다.
반면 채권을 직접 매각하는 방식으로 보유 자산을 빠르게 줄이면, 민간 투자자가 떠안아야 할 국채 물량이 늘어 장기 금리를 더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 시장이 연준의 축소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미국 국채 시장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안전자산 시장이다. 달러는 국제 결제와 외화보유액의 중심 통화이고, 이를 단기간에 대체할 시장도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국가 부채의 40조 달러 돌파가 곧바로 미국의 지급 불능이나 국채 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미국이 높은 적자와 높은 금리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국채 조달 비용을 높이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도 점진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마거릿 스펠링스 초당적 정책센터장은 NYT 인터뷰에서 "연방 프로그램 지출은 정부 수입보다 훨씬 많고, 가장 큰 예산 항목은 자동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조차 우리는 절벽을 향해 질주하면서도 운전대를 돌리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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