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MOU 60일 시한 종료…트럼프, 이란戰 장기화 '정치적 수렁'
WP 보도…교착 상태에 핵심 공화당 지지층도 이탈 가속화
美, '경제 봉쇄'로 이란 행동변화 기대…"40년 제재 적응력" 회의론도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60일간의 협상 시한이 끝났지만, 전쟁의 배경이 됐던 핵 프로그램 종식을 둘러싼 협상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수렁'에 빠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 양측은 지난 4월 초 휴전에 동의한 데 이어 6월 중순엔 역내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60일간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주장이 계속되면서 합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란 측은 7월 들어 자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한 선박들을 연이어 공격했고, 이에 미국의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휴전이 사실상 무너졌다.
이날 MOU가 체결된 지 60일째 되는 날이지만 양국 간 협상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긴장 상태만 고조됐다.
WP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78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군사적 해결책도, 뚜렷한 외교적 진전도 없으며 국내에서는 경제적·정치적 비용이 늘어만 가는 등 '기약 없는 분쟁'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21세기 지속돼 온 기나긴 중동 분쟁에 피로감을 느꼈던 미 국민들에게 '영원한 전쟁'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교착 상태의 장기화가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세도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유거브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 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79%로 취임 직후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매우 지지한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층의 비율은 68%에서 48%로 급격히 떨어졌다.
리 미링오프 마리스트대 여론조사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문제는 당선 당시 내세웠던 많은 공약이 여전히 실현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라며 "전쟁을 시작한 이유도,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어떻게 철수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현재 이란 해운·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경제 제재를 통해 이란을 한계점까지 몰아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계속되는 제재로 인해 공무원 급여 지급조차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특사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압박에 매우 집중해 왔다"며 "이란 경제를 보면 상황이 훨씬 더 악화했다. 전쟁 전에도 나빴지만, 지금은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40년 넘게 이어진 서방 제재에 적응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이번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WP는 지적했다.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매력적인 군사적 선택지가 거의 없으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상실해 경제적 압박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악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드시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충돌하지 않고, 유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대다수 미국인은 전략적 패배에 신경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군사적 패배 속에서도 정치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지지자들을 향해 유리하게 포장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를 들어올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동시에 이란과 해협의 상업적 운항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재국 오만에는 "다른 나라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폭격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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