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 못믿은 이란 강경파…MOU 시간 벌자 '확전 체제' 구축
"종전 MOU는 美의 시간벌기" 판단…예멘·이라크·레바논 대리세력 지원 강화
IRGC 영향력 확대하고 강경파 요직 배치…쿠웨이트 등 지상전도 준비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란이 지난 6월 미국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도 향후 확전에 대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종전 MOU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더 큰 공격을 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WSJ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과 평화 합의를 추진하는 동안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확전에 대비해 안보 조직을 준비시켰다.
복수의 아랍권 당국자는 이란 강경파 지도부가 전쟁을 확대하고,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를 높이기 위해 군사력을 준비하는 쪽으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증거도 포착했다고 전했다.
IRGC는 MOU로 조성된 소강 상태를 활용해 필요할 경우 공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이라크, 예멘, 레바논에 고문단을 보내 계획을 논의했다.
또한 감청된 통신 정보에 따르면, IRGC는 예멘 후티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지휘관들을 보내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와 연계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충돌을 확대하는 방법도 계획했다.
IRGC는 홍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지역에 미사일, 해상 무기, 드론 발사대를 배치하는 작업을 감독했고, 후티에 정보와 사우디 항구·에너지 시설 등이 포함된 표적 목록을 제공하고, 사우디의 보복 공격을 피하는 방법도 조언했다.
그 결과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을 공격하고, 사우디를 상대로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해 세계 에너지 시장의 공급 위험을 높였다.
IRGC는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아랍 국가들에 구체적인 개별 공격 목표 포함된 목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인 모헤비 IRGC 대변인은 지난달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전 기간을 최대한 활용했다"며 "역량을 강화하고 미사일 생산 속도를 높였으며 미사일 정밀도를 향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지도부는 더욱 공격적인 전투에 대비해 군사 및 치안 조직을 재편하고, 군사 및 내부 통제기관을 이끌 핵심 안보 인사들을 배치했다고 WSJ는 전했다.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 당시 IRGC를 이끌었던 모센 레자이는 이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으로 임명됐고, 2009년 반정부 시위 진압을 주도했던 호세인 타엡을 민병조직 바시즈의 수장으로 복귀시켜 내부 안보를 강화했다.
또한 IRGC와 정규군에 대한 통제권을 알리 압돌라히 준장 아래로 통합하면서 정규군에 대한 IRGC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지난 3월부터 사실상 IRGC를 지휘해 온 아흐마드 바히디는 신임 IRGC 총사령관으로 공식 임명됐다.
테네시대학교의 이란 안보 전문가인 사이드 골카르는 "바히디의 승진은 정상적인 평시 정치로 복귀하기보다는 장기간의 대치에 대비해 안보 조직을 준비시키는 지도부의 행보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IRGC는 선제공격을 포함해 추가적인 확전에 대비한 새로운 계획도 마련했다. 검토되는 방안에는 △페르시아만의 인터넷 해저케이블 파괴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 시아파 국가에서의 정치적 불안 조성 △ 쿠웨이트에서의 지상작전 가능성 등이 포함됐다.
이란의 국방 분석가인 모하마드 하산 상타라시는 "이란에서는 본격적인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본 상황은 전면전에 앞서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해 제한적이고 점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살라미 슬라이싱' 전술"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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