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훈련 축소" 김정은 손짓…韓에는 안보·무역 이중압박
연이틀 대북 유화 제스처…북미 정상회담 카드로 정치적 돌파구 모색 가능성
韓의 이란전쟁 미지원에는 불만 표출…방위비 증액·대미투자 연계 관측도
- 이훈철 특파원
(워싱턴=뉴스1) 이훈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매우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한미합동군사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혀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직접적인 축소 지시를 이처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실제 한미연합훈련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동시에 한국에는 이란 전쟁 지원 요구에 대한 미온적 대응에 불만을 표출해 한반도 안보 문제를 고리로 한 트럼프식 압박 외교가 다시 등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제가 북한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로 동의했다는 사실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상당한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는(늘 그렇듯이!) 이 훈련들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온 국가에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재임 중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북한을 미국을 위협하지 않은 국가로 간주하면서 이런 북한을 겨냥해 한미 양국이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북한에 적대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저는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에,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합동군사훈련을 대폭(substantially)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언급은 한미 양국이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는 하반기 정례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UFS) 첫날(한국시간 기준)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훈련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을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번 UFS 기간 중 예정된 야외 기동훈련(FTX)은 14건으로, 지난해(22건)와 비교해 다소 줄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5일)에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김정은 총비서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연 이틀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특정한 사진에서는 친해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웃고 있는 사진도 많다. 김정은과 나는 사이가 좋다(Kim Jong Un and I get along GREAT)"고 적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전 이후 김정은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무력 침공을 위한 사전 예행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매년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 13일 '이란 이후: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재개 시나리오'라는 분석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김 위원장과 회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미국의 해외 군사작전과 개입 외교를 둘러싼 미국 내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통해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국정운영 동력 약화를 차단하려는 정치적 포석일 수도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로 김정은 총비서를 향한 대화 손짓을 하면서 동시에 비용 문제와 한국의 이란 전쟁 지원 거부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언급한 다음 "다소 관련이 없겠지만(?)"이라고 적은 뒤 "저는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는데 그들은 "사양하겠습니다(No thanks)"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과의 전쟁 기간 중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안보 유지를 위한 해군 파병 등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거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이 없지 않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이후 유럽 등 주요 동맹국들이 함정 파견과 같은 군사적 지원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유럽 내 미군 철수 지시를 발표하는 등 특유의 직접적인 위협과 보복 조치를 취해온 바 있다.
미국 CBS뉴스와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그는 첫 임기 당시에도 이 워게임(War games)을 도발적이라고 부르며 전격적인 중단 발표를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향후 협상이 기대만큼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까지 막대한 돈을 절약해 줄 워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2018년 8월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유예하고 이어진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외신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단순히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표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을 압박하는 용도로 작용한다고 봤다.
이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미군의 안보망에 무임승차하는 유복한 국가로 규정하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언급한 것과 같은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서도 한국 정부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국방예산 확대를 요구해 왔다.
또한 한미연합훈련 비용 부담 언급은 대미투자 프로젝트와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무역 협상 과정에서도 관세 문제와 안보 문제를 연계해 압박하는 전략을 활용한 바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예정에 없이 미국을 방문해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다양한 쟁점이 발생해 종합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다양한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boazh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