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알래스카 정상회담 꼭 1년…실종된 '종전' 노력
미·러 대화는 멈추고 러·우는 확전…영토와 안보요구 간극 더 커져
이란전쟁과 뉴스타트 종료까지 겹치며 외교 출구 안갯속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마주 앉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 시계는 사실상 멈춰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방의 러시아 고립 구도를 깨뜨렸던 지난해 미·러 정상회담의 이른바 '앵커리지 정신'은 사라지고 지금은 대화 의지 없이 확전의 악순환만 남았다고 AFP통신은 1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2025년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먼도프 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서방의 푸틴 고립 정책을 깬 상징적 장면이었다.
그러나 회담 뒤 공개된 휴전 합의나 실행 계획은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무엇을 어디까지 논의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점령지 인정과 제재 해제를 대가로 영토 요구를 돈바스로 한정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세르게이 마르코프 러시아 정치분석가는 "러시아가 미국의 러시아 점령지 인정과 제재 해제를 받는 대가로 영토 요구를 동부 돈바스로 한정하는 방안을 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반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월 "알래스카에서 제안은 있었지만 합의는 없었다"며 "합의가 있었다면 전쟁은 끝났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인식 차이는 단순한 문구 다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의 동결을 전제로 '선(先) 휴전 후(後) 영토 협상'을 고수하며 러시아의 요구를 사실상 '항복 조건'으로 규정한다.
러시아는 '돈바스로 한정한다'고 선심 쓰듯 말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아직 통제 중인 돈바스 일부 지역까지 내놓으라는 것이어서 우크라이나나 유럽 동맹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반면 러시아는 유럽 안보 질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군비통제 문제를 묶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각각 접촉해 작성한 28개 항목 평화안 초안은 이후 19개 항목으로 줄었지만 공식 발표나 타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2026년 초 미국 중재로 추진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협상도 영토 문제에서 결렬됐다.
외교가 겉돌자 전선은 다시 불붙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원을 발판으로 러시아 본토 에너지 시설과 병참망을 정밀 타격하며 경제·사회적 전쟁 수행 능력을 갉아먹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미사일 공습을 강화하고 흑해 항만을 봉쇄해 해상 수출길을 틀어막았다.
러시아군 수뇌부가 돈바스와 노보로시야 '해방' 작전 지속을 공언하듯 군사력으로 판세를 굳히겠다는 푸틴의 계산도 확고하다.
우크라이나는 2000km 떨어진 목표까지 겨누는 장거리 드론을 집중 투입하는 전략으로 최근 들어 러시아 내부 본진을 뒤흔들고 있고, 올해 들어서만 총 745㎢에 달하는 영토를 탈환했다고 밝히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패트리엇 등 방공체계 소진으로 키이우 등 주요 도시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일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요격 미사일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간 평화 노력이 진척을 보지 못한 데는 미국의 관심 분산도 결정적 변수였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대이란 전쟁은 미국의 외교와 군사 자원을 중동에 집중시켰다.
루비오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약 30분간 회담했으나 루비오 장관은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제안과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며 단기간 타결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핵 군비통제의 마지막 안전장치였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이 지난 2월 5일 만료된 점도 미국과 러시아의 거리감을 보여준다.
이 조약은 양국의 배치 전략 핵탄두를 각각 1550기, 배치 운반수단을 각각 700기로 제한하고 현장 사찰과 정보 교환을 통해 상호 예측 가능성을 유지해 왔다. 조약 종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불신이 핵 전략의 영역까지 번졌다는 뜻이다.
표도르 루키야노프 러시아 정치분석가는 AFP 인터뷰에서 "앵커리지 정신은 소멸했다"며 "결과는 가혹한 확전"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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