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가자 평화안 거부에…美동맹국 "트럼프 안먹힌다" 우려
이스라엘, 가자 철군 조건으로 하마스 무장해제 선결 요구
"美, 이스라엘도 통제 못해" 아랍·서방 불만 고조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안을 거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영향력에 대한 미 동맹국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작년 10월 미국 중재로 가자지구 1단계 휴전에 합의했지만, 올해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후속 협상이 지연돼 왔다. 그사이 이스라엘은 테러 대응 명목으로 가자지구 공습을 계속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는 하마스, 중재국인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대표단과 함께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 등에 합의했다. 이후 지난 9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무장해제가 선행하지 않는 한 철군은 없다며 평화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중동 질서 재편을 성과로 내세우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구상은 네타냐후 총리의 반발에 직격탄을 맞았다. 아랍·서방 당국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지구 문제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아랍 외교관은 "네타냐후의 평화안 거부는 역내 안정과 이스라엘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네타냐후를 압박해 이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또 다른 서방 외교관 역시 네타냐후의 행동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달래려는 것이 더 극단적인 요구로 이어질 뿐임을 이번 사건이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의 장애물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음에도 그와 충돌을 빚는 대신, 다음 날 취재진에게 네타냐후 총리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이 네타냐후가 가자지구 평화 합의를 무산시키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의 행보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우파 유권자를 의식한 국내정치용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를 '비비(네타냐후)'의 국내 유권자들을 겨냥한 선거 전략으로 본다"며 "최근 현장에서 실제로 좋은 협조를 얻고 있다. 그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공개 강경 발언과 달리 물밑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위원회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동의 하에 평화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드맵이 "평화위원회와 하마스 간의 문서"라며 "이스라엘과의 별도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평화위원회를 이스라엘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미국은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 철군을 함께 추진했지만, 이스라엘이 반발하자 무장해제를 먼저 추진하겠다며 입장을 수정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 자하 하산은 "이 사업은 사실상 트럼프의 개인 사업"이라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키고 평화위원회가 임무 수행을 보장하는 데 실패한다면, 어떻게 다른 지역 당사자들이 미국이 이스라엘을 제지할 수 있다고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데서 트럼프의 중동 영향력에 대한 동맹국들의 실망감이 이미 드러났다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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