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전용기에 기자들 두고 몰래 내린 트럼프…26년전 클린턴은 달랐다
WP "클린턴도 가짜 전용기 썼지만 기자단 대표에 알리고 안전조치 취해"
트럼프는 기내식 트럭 숨어 군용기로 옮겨 타…"언론과 신뢰 추가 악화"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최근 자신의 안전을 위해 기자들을 희생양 삼아 내버려둔 채 다른 비행기로 몰래 옮겨 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각이 미국 언론의 뒤늦은 보도로 논란을 빚고 있다.
유사한 기만 작전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지만 당시엔 일부 기자들에게 작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안전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대조를 이룬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은 파키스탄 방문 당시 가짜 에어포스원을 띄우고 실제 대통령은 표식 없는 비행기로 입국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도 가짜 비행기에선 비슷한 모습의 가짜 대통령이 내렸다.
당시 백악관은 출입기자단 대표였던 수전 페이지 USA투데이 기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위험을 공유했고, 전체 기자단이 세부 사실을 알지는 못했지만, 기자들에게 특별한 보안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페이지는 WP 인터뷰에서 26년만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위험성 때문에 위장 항공기 사용 등 보안 절차가 취해졌다고 들었다. 대통령은 물론 동행한 기자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튀르키예 이륙시에는 기자단 전체가 철저히 배제됐다. 경호팀은 기내식 트럭을 이용해 대통령을 작은 군용기로 옮겼고, 대통령이 없는 전용기에 남겨진 기자들에게는 이를 볼 수 없게 창문 가리개를 내리라는 지시만 내려졌다.
전직 CNN 국방부 담당 기자 바버라 스타는 "기자들은 대통령을 취재할 때 보안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기자들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됐음에도 알지 못했고 선택권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불신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의 메건 메설리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 앙카라 방문 당일 취재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앙카라에서 출발했다. 창문 가리개를 닫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기록했고 착륙 후엔 비행이 "별다른 사건 없이" 진행되었으며 "기자석에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항상 위협을 받는다. 내가 죽으면 당신들도 죽는 거다"고 기자들에게 농담 섞인 말을 했다.
하지만 WP의 보도로 트럼프의 기만 작전이 알려지면서 NBC와 ABC 등 주요 언론은 즉각 백악관에 추가 정보를 요구했고, 일부 기자들은 "대통령을 방어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을 취재하는 사람들"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개럿 그래프는 "백악관이 대통령의 위치를 기자단 전체에 거짓으로 알린 것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며, 언론의 접근권 침해뿐 아니라 기자들이 대통령 대신 위협에 노출된 점을 지적했다.
결국 두 사건은 대통령의 안전이라는 같은 목적을 지녔지만, 클린턴은 제한적 공유를 통해 언론과 위험을 나눴고, 트럼프는 완전한 배제를 선택했다.
WP는 이번 사건이 트럼프와 언론 사이의 이미 악화한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 사이에는 비방, 협박, 법적 제재, 소송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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